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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날적이

문득

by 와옹 2010. 6. 26.
바쁜 일이 끝나고 나니 멍해져서 의미없이 며칠을 흘려보내고 있다.
문득, 나 참 재미없게 살고 있구나 싶다.
하고픈게 많아 24시간도 모자랄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비 오는 날은 외출하지 않고
당일 약속은 잡지 않는다.
다운받은 영화나 드라마나 쇼프로를 보고 스트레스를 풀고
가끔 친구와 전화로 수다 떨고 
기껏해야 동네 도서관에 가는게 낙이고
대형마트에서 와와 신나서 쇼핑하거나 장을 보거나
인터넷 서점이나 쇼핑을 기웃거리고
주기적으로 노트랑 자료 정리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궁리하고
약속은 항상 미리미리 잡아놓거나 대충 언제쯤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놓고 정한다.
독서, 영화, 글쓰기, 아이돌 이외의 취미생활은 떠오르지 않고
힘껏 달리거나 흠뻑 땀 흘려본지 오래고
여행계획을 세워본지 오래고
즉흥적인 삶이 사라졌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 계획에 없는 딴짓 하는 거 빼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뭐가 이리 퍽퍽해.

그 와중에 소중하게 여기던 한때의 흔적들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는 사람만 알던 홈페이지고 문 닫은지도 오래지만 몇년 째 버리지 못하던 계정이었다.
생기가 넘쳤던 시절의 추억인 만큼 지우면 후회할 것 같아 유지해왔는데
문득 그런 마음이 그보다 더 신나는 생활이 없다는 방증처럼 느껴져서, 더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맘먹었다.
지난 10년.. 엄청나게 푹 빠졌던 취미가 있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인연이 생겼다.
소원하던 데뷔를 했고 히트도 한번 쳐봤고 바로 굴러떨어져봤고 돈도 뜯기며 지루한 준비의 기간.
미쿡이랑 일본도 놀러갔고 연애도 실연도 해봤고 조카도 봤고 가족도 잃어본 10년. 
뒹굴뒹굴 산 것 같은데도 10년이란 기간으로 뭉뚱그리니 꽤 많은 일들이 있었네. 그러나 최근 5년으로 보면 정체기에 답답한 일만 연속인 별 것 없는 나날들이다.
지금부터의 10년은 좀더 신나게 즉흥적으로 살아야겠다.
올해는 반짝이는 원동력을 찾아보자.
그러기 위해 우선 지금까지의 것들을 정리부터 하고.
정리와 계획과 즉흥과 여유는 한묶음이니까.
장마철이 지나면 나도 반짝반짝해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