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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내가 소설을 못 읽는 이유

by 와옹 2008. 1. 23.
6학년 때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을 두 번이나 읽었다.
지금이라면 도중에 덮을 것 같은, 두껍고 글씨도 깨알같고 내용도 후끈한(?ㅋㅋ) 책이었다.
나르치스의 금욕적인 삶과 골트문트의 예술가의 삶을 보며 "방종은 안돼"라고도 생각했다.
그 책을 읽으며 이런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걱정스럽게 "너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을 수 있겠니?"라고 묻자,
"그럼요. 이렇게 두껍고 깨알같은 글씨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잖아요.
이 사람은 하고싶은 말이 엄청 많은가 봐요."
라고 대답했다.

책을 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보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가 궁금했다.
그래서 설정이 많고 줄거리와 사건에 치중하는 판타지나 NT노벨 류의 소설에 난독증세를 보이나 보다.
사건에 치중하는 소설, 줄거리에 치중하는 소설은 엄청나게 재미있지 않으면 끝까지 읽기도 힘들다.
<다빈치 코드>나 베르베르의 <나무>같은 소설은 끝까지 읽었지만 "그래서 뭐?".
항상 "이 책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무의식 중에 생각한다.
예외가 있다면, 문체가 매력적이거나 대사가 흡인력이 있는 소설들이다.
이런 소설은 작가의 입담에 홀려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