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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정치 이야기

by 와옹 2008. 1. 4.
누가 그랬다지?
독일사람들과 한국사람들의 공통점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독일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하니까,
한국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워낙 못하니까 관심이 없단다.
나도 그 관심없는 국민 중의 하나이지만, 한때는 여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가 내 정치 관심의 최고조였다.
그 후는 너무 복장이 터져서(학생 때 입시 정책에 주먹 떨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울화병이 생길까봐 아예 관심을 끊었다.
하여간 초등학생 때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가 너도나도 쉬쉬하는 정치가 너무나 재미있었다.
매일같이 신문을 읽고 어른들의 정치 얘기에 귀를 쫑긋했다. 정치에 무심한 엄마와 비관적인 아빠를 보며 속으로 포기하지 말고 악착같이 확 바꿔버려야지요!...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대통령 되면 뭐해줄래?'라는 친구들의 물음에 순수하게 불고기 파티를 해주마 한 것이 바로 뇌물이요 부정선거유세라는 지적을 받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처음 느꼈다. 뭔가 생각같지 않구나.. 정치란 다른 세계구나.. 생각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불고기를 대접하면 안된다는 것을 안 후로 나는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휴우... 하지만 참여정부의 수장께서 임기말까지 막말행진을 계속하시는 걸 보면, 그리고 불도저인지 컴도저인지 일머리 놀라우신 당선자님의 빠른 행보를 보노라면 정치에 관심 끊은 나도 한마디 하고 싶어진다.
제발, 국민을 두려워 하라고!
참여정부의 최대의 해악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하지 않은 지들끼리의 정치'를 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인수위를 향해 '아직까지 노무현 정부'라느니 '경제가 멀쩡한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하느냐'느니 투덜대시는데, 아직도 국민의 소리가 안들리나보다. 이 원성이, 살기 힘들다는 외침이. 얼마나 앞날에 희망이 안보이면 구세군 창설이래 처음으로 모금액이 미달됐을까. -_-그 어렵다는 IMF 때도 안그랬는데.
정책의 잘잘못을 떠나서, 참여정부 이전까지는 아무리 어려워도 '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5년 동안, 경제지표가 어찌되었는지는 몰라도, 많이들 희망을 잃었다.
하면 된다가 하면 될까?로 바뀌고, 직장에 뼈를 묻는다는 말은 이제 바보들의 합창처럼 들리고, 집 없어도 차는 굴린다를 넘어 돈 없어도 유학 보내는 이 나라에서? 진보 개혁 어쩌구 하더니 공무원들만 등 따시고 배불러 보이는 이 나라에서?
아니아니, 불평은 관두고... (어느 시대인들 불평불만이 없겠어?)

정말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대선은 5년전과 비교해서 '신념'이 상실된 투표였다. 내 주변에서 이명박을 찍은 이들 중 상당수가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라는 반응이었다. 5년 전같은 격론은 벌어지지 않았고 다들 "인물이 없다" "현정권이 싫어서 바꾼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좋으냐? 그들의 대선공약이 마음에 드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른손이 싫으니까 별 수 없이 왼손을 찍었을 뿐이다. 정권을 바꾸고 싶지만 다른 후보를 찍거나 기권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아주기 바란다. 나는 불 보듯 뻔한 당선자를 견제하는 쪽으로 한표를 던졌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당신과 당신이 선출한 이들에게 이 나라를 맡깁니다란 뜻일까?
우리가 뽑았으니 댁들이 알아서 대한민국을 삶아먹든 구워먹든 해보쇼. 5년간은 봐주리다. 이런거?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국민을 좀더 편안하게 해주고 나라 안팎에서 맘 편히 살게 해달라는 것이지.
나라를 확 뒤엎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막혔던 규제를 다 풀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악법이라고 해도, 기존의 정책을 완전히 단절하는 개혁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죄다 꼴통 뿐이라면 몰라도, 뜻이 나쁜 게 아니고 방법이 잘못된 것일테니. 선대를 부정하기만 해서는 발전은 이어질 수 없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노대통령이 "문제 없다" "(실수는 있었으나) 잘했다"고 할 정도로 잘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석고대죄하고 정치판을 물러날 것까진 없어도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어야 한다. 고개를 들고있는 노대통령을 보면 민심을 모르기로는 이승만 초대대통령을 뺨치고 어르는 것 같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부디 국민을 어려워하고 섬기길 바란다.
아랫목에 이부자리 폈으니 누워라! 할 것이 아니고
웃목에 폈더라도 이부자리를 따뜻하게 데워놓을 줄 아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소의 잘못은 용서해줄 것이다.
그래봤으면 좋겠다.


2012. 3월에 덧붙임>
국회의원 선거가 머잖았다. 내년엔 정부가 바뀐다. 벌써 그렇게 됐다.
매 정권마다 불만이 드높았던 건 내가 투덜이라 그렇다 치고.
참여정부가 분노를 주었다면
MB정부는(이번 정부의 명칭도 잊어먹었다. 그냥 엠비정부다) 절망을 주었다.
분노가 있었던 건 그래도 소통이 되었다는 뜻이겠지.
단절의 아이콘 엠비 정부.....-_-+
새 정부는 소통만 되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