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9월호에 다카라즈카에 관한 글이 실렸다. 표지에도 씌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놀랐고, 어째서...? 라는 의아함이 가득. (땜빵용이란 심증이 팍팍) 판타지..라는 맥락에서 여성의 판타지의 하나로서 다룬 것 같은데, 뭐.. 그런 말은 없고 글머리의 짧은 소개글은 '마니아 세계'라는 쪽으로 접근한 듯이 써놨다.
기사가 아닌 자유기고가의 기고로.. 2쪽에 걸쳤지만 1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글과 3쪽에 걸친 심리테스트(?)로 이루어졌다. yes or no 심리테스트는 작품이나 배우의 선정도 그렇고 안하니만 못한 기획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냥저냥 무난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글을 보며 글쓴이의 팬력이 깊지않구나,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는 내가 서글펐다. -_ㅜ
다카라즈카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편견 많은 세상에 이해되기 힘든 장르이기도 하고, 대개 팬이거나 안티인 경우가 많은, 다시 말해 취향차가 뚜렷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쓴다거나 호감을 갖도록 쓴다거나 양쪽 다 어려운 일이다. (욕하기가 제일 쉬울 거다) 이 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팬도 아니고(객관적인 척하려고 애쓴 팬으로 보임) 기자도 아닌 어중간한 컨셉이다. 기왕 장르문학 잡지에 싣는 거니 '여성의 판타지'와 그 구현을 위한 메카니즘(이라고 해봤자 대수로운 걸 부탁하는 게 아니고 장르에 대한 소개)에 비중을 뒀으면 좋았을텐데. 글쓴이는 '소녀시절의 향수' '여학교 (팬)문화' '할리퀸로맨스나 커프 같은' '완성도보다는 환상적인 사랑' '실력보다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핵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각은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도 아니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크게 두 부분이다.
첫째, 완성도와 연기력은 중요치 않다는 식의 언급을 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글쓴이가 간과하는 다카라즈카 배우들의 연기력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춤이나 노래실력 역시, 그렇게 표현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지 결코 기량이 낮은 것이 아니다. 물론, 개중에는 자니즈처럼 매력만 갖고 '키워내는' 아이돌 계열도 있고 톱스타 라인이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은 다카라즈카의 얼굴일 뿐 전부는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평균적인 공연연습과 제작기간은(1년 내내 상연 시스템+전국투어) 가끔 경이로울 정도다. 팬들이 기량에 관대한 것은 단순히 그게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이런저런 여건을 감안하고 보기 때문이다. 분명히 다카라즈카는 '계속되어야 하는 쇼'이지 '한편의 걸작'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것은 배우들의 안정된 실력이다.
그리고 '10여년의 트레이닝 끝에 완성된 남역'이란 표현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다카라즈카엔 '남역 10년'이란 말이 있어서 입단 후 10년은 지나야 남역의 맛이 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남역의 정점을 톱으로 본다면 12-3년 전후이고, 톱이 된 후 2~3작품을 거쳐야 개인적인 완성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10년을 넘게 해도 완성되지 못하는 남역들이 있는가 하면, 입단 7년차에 톱이 된 아마미 유키 같은 사람을 미완의 남역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말꼬투리를 잡자는 게 아니라, 아무런 설명 없이 남역 10년이라는 말을 저렇게 풀어 써서는 오해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둘째, 심리테스트에 거론된 작품과 배우의 선정이다. 글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심리테스트(를 빙자한 추천작,추천배우)의 선정기준이 모호하다. 초보자를 위한 작품 찾기 항목엔 이런 작품이 올라 있다.
물론 심리테스트니까 갖가지 조건이 붙는다. 역사물의 취향이라던가, 꽃미남 취향, 비극이 좋으냐 등등.. 그 중에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선호하는 장르? (A.24시 B.인어아가씨)' 라는 항목. -_-a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각각의 선정작 또한, 24시->엘리자베스,팬텀, 인어아가씨->베르바라, 바람과함께사라지다..이므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테스트항목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둘 뿐이지 신뢰성은 무척 낮다. (뭐, 취향차가 큰 장르니까..)
그러나 가장 이해하기 힘든 건 배우의 선정이다. 대체 왜 이사람들이???라고 생각되는 몇명만이 언급되는데.. 현재의 톱스타 중심도 아니고 역대의 유명배우를 선정한 것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스타들도 아니다. 더구나 여역은 완전히 논외. -_-^ 굳이 분류하자면 현재 활동 중인 스타, 그 중에서도 탑이거나 탑으로 내정된 사람들 위주로 소개한 것 같다. 문제는 여기 언급된 사람들이 주연급으로 출연한 작품 가운데 다카라즈카를 대표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스미레는 재연의 황제이-지만 정통은 아니-고 아랑과 와타루는 꽤 굵직한 작품을 했다지만, 그 외엔...? -_- 호쿠쇼랑 오토즈키는 왜 나온겨) 이 부분은 글쓴이의 개인취향, 또는 이 글을 쓸 때 영향을 받은 단체의 취향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 무대&연예계에서 활약중인 다이치 마오나 이치로 마키,마야 미키,아마미 유키,구로키 히토미나 (이들을 포함해) 한때를 풍미했던 아사지 사키,시즈키 아사토,와오 요우카,하나후사 마리, 거슬러 올라가 오오토리 란이나 아사미 레이, 초대 오스칼이자 버틀러로 다카라즈카 중흥을 이끌었던 하루나 유리같은 굵직한 스타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아니 안타까운 정도를 넘어서서 이 글의 의도를 모를 지경이다. 어디가 여성의 판타지인가? 왜 이 잡지에 실려야 하는가? 다카라즈카로 가는 9와 3/4 승강장이 있긴 해? 다카라즈카의 매력을 단순히 남역의 매력적인 용모와 화려한 무대라고 말하고 있는, 그리하여 할리퀸로맨스 급으로 가볍게 소개하고 있는 이 글이 실리는 잡지라면, 그래.. 앞으로 로맨스소설도 실리겠구나. 아니, 실리지 못할 이유가 뭐냐! 실망을 넘어 회의감이 드는구나.
그런데 나는 왜 보자마자 이런 글을 쓰냐고?! 덴장... 영어수업에서 배운 걸로는 shoot...(선생님 죄송)...
판타스틱과 함께 온 책들은 '생각의 탄생' '유쾌한 딜레마 여행' 외 소설 3권. 비 오는 날 흐뭇하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