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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집요

일지매의 인기요인 분석

by 와옹 2008. 6. 30.
분석,이라고 해봐야 뭐 그다지 전문적일 것 같진 않다.
다만 너무 궁금하거든. 이 허술한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가 뭔지!
매회 재밌다고 보면서도 또 한편으론 허술해허술해..를 뇌까리는 나.
오마니는 재밌냐는 질문에 "재밌게 보는거야"라고 알쏭달쏭한 대답을 하신다...

하여간, 나름대로 설렁설렁 분석해본 요인은 대충 이거.


1. 다각도로 전형적인 캐릭터 - 우린 니네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일지매와 시후는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으며 성장기에 운명이 홱 바뀐다. (양반<->상놈)
일지매는 촐싹거리나 알고보면 진지한 남자, 시후는 심히 고독한 주인공으로..
둘 다 아픔이 있는데 혼자서 삭혀야 하는, 전형적인 만화주인공 되시겠슴다.
그중, 핏줄과 도둑질의 이중 비밀을 갖고 계신 일지매가 극강의 만화쥔공 되시겠슴다!
(더군다나 용이의 '잡것인 척 하기' 신공은 여심을 흔들기 딱 좋음!)

일지매와 시후, 봉순이는 1)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2)(원수 혹은 사회에 대한)복수심이 있으며 3)속마음을 숨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뭐든 비밀이 있는 캐릭터는 매력적인 법!
그런데 이들 외에도 비밀이 있는 캐릭터는 많다. 용이가 겸이임을 숨겨야 하는 쇠돌이-단이 부부.
겸이를 보고도 남인 척 해야하는 모친과 누이.
일지매의 정체를 눈치채고도 덮어두는 용제와 봉순 등등등.

은채는 어떤가? 이 아가씨는 다른 부류다. 아픔도 없고 구박받지도 않는 줄리엣, 흔히들 말하는 '저 집에서 어째 저런 아이가...' 류의 혼자만 착한 캐릭터.
하긴, 생각하는대로 다 하고 티없이 맑게 사니까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거지.
다른 세계의 사람에게 끌리는 심리랄까~.

용제와 사천은 전설의 자객 어쩌구 하면서 전형적인 사부 캐릭터를 보여준다.
쉽게 안 가르쳐주고, 선문답이나 알 수 없는 행동을 통해 교육하는...
용제는 헐랭이 사부, 사천은 과묵한 고수 사부.

1-1. 반걸음 나아간 캐릭터

작가는 이보다 더 전형적일 수 없게 인물을 만들어놓고 반걸음 나아간다.
은채가 의적을 응원하는 걸 엿듣고 비로소 의적이 되어볼까..하는, 사명감이 조금 떨어지는 일지매.
무술보다 잔머리에 의존해 위기를 넘기는 일지매;;
대쪽같은 아가씨이면서 한편으론 일지매 팬클럽 회장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은채와
악당인데도 심히 덜 떨어져 보이는 변식대감 부자.
까불거리며 헌신하는 봉순이 등, 주요 캐릭터들이 전형성에서 반걸음 비껴있는 게 고리타분하지 않은 이유.

1-2. 변화하는 캐릭터

드라마가 끝날 때, 주인공은 어떤 의미로든 변화하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이뤘다거나 성장했다거나 행복해졌다거나...
그런데 일지매의 인물들은 그런 내적인 변화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무지하게 변화한다.
양반에서 양인으로 시정 잡것에서 의적으로 변하는 일지매에다가
대감댁에도 들어가고 무과에도 붙으며 신분이 상승되는 듯 하면서 늘 더 나빠지는 시후,
양반에서 관노로 전락한 일지매의 가족들,
시정 무뢰배에서 의리파로 변모한 희봉이 형님,
용이 때문에 이빨이 빠지는 양아버지 쇠돌이.
겸이를 미워하다가 친자식처럼 아끼게 되는 양어머니 단이.
자객에서 공갈행상이 되는 용제...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변화하고, 그 변화를 눈치채는 게 또다른 즐거움이다.


2. 빼도박도 못하는 인간관계들

일지매의 인간관계는 매우 촘촘히, 반드시 엮이도록, 그리고 딜레마를 안고 있게끔 짜여졌다.
이 부분은, 볼 때는 작위적이란 느낌도 드는데 일일이 풀어쓰다 보면 감탄이 나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겸이(용이)는 시후를 구해주고 시후도 은혜를 갚는다.
시후는 겸이의 아버지와 누이를 위기에 빠뜨리는데, 겸이랑은 배다른 형제다.
둘의 친아버지는 이원호, 양아버지는 쇠돌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아버지)
겸이가 시후의 생모 손에 자라고 시후가 겸이 모친을 통해 그리움을 달래면서 어머니도 나눠가진 셈..
겸이 엄마는 살리기 위해 자식을 부인하고 시후 엄마는 귀하게 키우기 위해 자식을 부인했다.

곳간털이범 쇠돌이는 단이와 살면서 도둑질을 끊는데
그 도둑질 기술을 (감언이설에 속아) 용이에게 전수하고,
용이의 일지매 도적질 덕분에 자기의 열쇠집이 번성한다. (아이러니)

시완은 쇠돌이의 손목을 자를 뻔 했고,
용이는 시완의 손가락이 잘릴 뻔한 걸 구해준다.

봉순이의 오빠는 겸이(용이)로 오인받아 죽었고
봉순이의 부모는 이원호 집안의 상서로운 기운을 고한 죄로 죽었다.
그로 인해 이원호도 죽었다.
자객은 용제와 사천.
용제는 자기 손에 부모를 잃은 봉순이와 겸이를 살려준다.
나아가, 봉순이의 양부가 되고 용이의 사부가 된다.
사천은 시후의 사부가 된다. (둘 다 부모의 원수를 사부로 둔 셈)

등등.... 더 하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 스톱.
어쨌든 인물마다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거의 인과응보로 점철된 스토리라 할만 하다. 뿌리고 거두고 뿌리고 거두고... 그 굴레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 낭패볼 인간들 투성이다.


3. 거창한 주제, 무거운 운명, 그러나 가벼움...가벼움...가벼움!!!

1회를 본 사람들은 해리포터 망토까지 튀어나오는 액션의 가벼움에 놀랐을 것이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도록 주인공은 무술보다 도망치기를 더 잘하고, 따라서 액션도 멋있기 전에 재치가 있다.
흡사 성룡영화에서 느껴지는 재미랄까. 최강칠우가 사람 베고도 죽어라 폼만 잡는 것에 비해 일지매는 죽이긴커녕 들키는 족족 내뺀다. 이 가벼움! 이것이 일지매의 퓨전을 용서하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도망치는 액션임에도 불구하고 최강칠우보다 더 날렵하다.ㅡㅡ;)
대사도 너무 현대적이고 가볍다. 그 시대의 풍물도 (존재했다고는 하나) 너무 현대적이고 가볍다.
주인공도 가볍다.
그래서 심각한 조연들과 주인공의 무거운 운명을 상쇄해준다.
일지매는 조선 최고의 강자인 인조와 반정공신로타리클럽을 상대로 강한 자와 약한 자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명이거든!! (이렇게 거창했다니!?)
그럼 이 시점에서 배우들 칭찬을 한번 해줘야겠다.


4. 몰입. 밑도 끝도 없이 몰입...!!!

일지매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는 툭툭 끊기는 감정선이다.
떡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밥이 튀어나오는 식으로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끊김이 종종 나타난다.
워낙 장면연결이 빠르고, 씬의 길이가 짧고, '사실은 이런 이야기'였다는 회상씬이 많아서 그렇기도 한데, 어쨌든 감정선이 부드럽지 못하다.
그런데 정극에서 볼 법한 징한 연기가 툭툭 튀나오는 것이지!
사실 난, 실수로 누이를 구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폭소했는데 이준기가 너무 서럽게 울어대서 '아, 웃을 타이밍이 아니지'한 적도 있고... 신분을 숨기려고 밝은 척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이건 쫌 오버다...'하면서도 감정은 용이를 따라가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영아가 용이가 겸이인 걸 알고나서 애틋하게 굴 때도 '갑자기 러브 모드입니까!'란 기분이었지만 그 눈물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
이런 배우들의 (뜬금없이 정극 뺨치는) 몰입연기 덕분에 다소 끊기는 흐름에도 채널을 고정하더란 이야기다.


5. 튀는 대사

일지매 최고의 대사는 '나무아미타령 관세음보소~'라고 나는 말할 거얏! ㅋㅋ
이런 튀는 대사가 많은 편이고, 너무 튀어서 독이 되기도 하지만 여하튼 튄다.
무방비하게 봐도 웃을 수 있는 대사가 있다는 것... 이건 큰 장점인 것 같다.


6. 어쨌거나 재치있는 트릭

말도 안돼!!! 라고 해도 재치있는 트릭들.


7. 매개체의 적극활용

매화 - 일지매와 은채, 과거와 복수의 상징, 일지매의 증표
범발톱노리개 - 일지매와 과거(정체성), 일지매와 봉순.
(손수건 - 일지매와 은채)
천우회 문양 - 아버지를 죽인 자의 검, 용제와 일지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