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 107분
한국, 스릴러 (흠...)
감독 곽재용
출연 조정석(지환 역), 임수정(윤정/소은 1인2역), 이진욱(건우 역), 정진영 외
한마디로... : 애인을 잃은 30년 전 지환과 애인을 잃을 예정인 현재의 건우가 꿈을 통해 서로를 보면서 살인을 막고 범인을 잡으려는 이야기
실로 수개월만에 본 한국영화! 앗싸~
흥행은 안됐지만 주변의 호평에 궁금해서 봤는데 음...
내게 장르의 배신감을 주었다는...ㅋㅋ
스릴러라 하기엔 긴장감이 하나도 없고,
추리라 하기엔 범인을 너무 치사하게 구석에 박아놨으며,
타임루프(time-roof) 혹은 환생물이라고 보면 치밀하게 아귀를 맞춘 영화.
오로지 그놈의 30년의 아귀를 맞추는 데 온 힘을 다 쏟아 범행의 동기나 추적의 과정엔 구멍이 숭숭!
임수정을 잃고 범인을 잡으려 애쓰는 30년 전 조정석의 감정선만 잘 이해되고 그의 연기가 제일 좋았다. 조정석 씬에선 확 집중하게 되더라~ (조정석의 다른 영화도 찾아볼까? 싶어짐)
그러나 현재의 임수정을 구하려는(&사랑하는) 투톱 이진욱의 감정마저 대충이라 공감은 저 멀리~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동기는 허탈하기 이를 데 없으며 범행장소도 대체 왜??? 이해할 수 없지만 대충 넘어간다.
정진영의 정체는 대충 예측되며, 중요한 건 그가 누군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_-
이게 그러니까 결합장르인데, 장르적 재미를 두루 챙기려던 게 화가 되었다.
1) 범인을 좇는 스릴을 과거와 현재에 모두 주고 2)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려 하고(이 부분은 좋았다) 3) 달라진 행동이 과거를 바꿨다가 현재를 바꾸기도 하려 한(하나만 바꾸지...-_-) 것이 과욕. 셋중에 하나만 버렸어도 훨씬 알찼을 텐데.... 애초에 타임루프, 환생물, 스릴러의 세 장르 짬뽕이라 챙길 게 너무 많다.
개연성이란 게 사건의 아귀가 맞는 게 있고 감정의 연쇄로 아귀가 맞는 게 있는데
<시간이탈자>는 사건의 개연성만 확보한 채 세상에 나왔다. 즉, '어떻게'는 있는데 '왜'는 영 찝찝한 모양새다....
마치 복잡한 골조를 세우고 흙을 바르지 않은 건물 같다능.
그래도 이 뼈대가 복잡하고도 꽤 훌륭해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뜬금없이 던지긴 해도) 분명히 전달된다.
막판에 과거와 현재가 요리조리 들어맞을 땐 그 옛날 <빽투더퓨처>의 엔딩에서 느꼈던 것 같은 소소한 웃음과 훈훈함을 안겨주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그땐 그랬지~하는 추억의 소환 등이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
근데 만족스럽냐 하면 그렇진 않다...
사람들은 최근 드라마 <시그널>과 비교를 하던데 그걸 안 본 내게는 수많은, 너무 많은 영화들이 떠오르니까. 말했듯이 장르 세개 짬뽕이라...ㅠ.ㅠ
독특한 소재를 이미 많이 본 방식들로 풀어낸 건 좋은데(풀어낼 방식이 일단 너무 많았고...), 그걸 끌고 가는 인물들의 동기나 감정이 앙상해서 영화가 영 힘을 받지 못한다. 그나마 가장 뚜렷했던 조정석의 감정선(못 이룬 사랑)을 이어받은 엔딩 시퀀스는 덕분에 제일 괜찮았지만,
그러나 그 마지막을 위해 이거저거그거를 다 포기한 거냐.... 라는 허탈감도 동반.
그럴 거면 애초에 이거저거그거 빼고 갔으면 되지 않냐..... 라는 안타까움이 팍팍.
그래도 진지한 장르적 시도만은 의미있는 영화였다.
좋으려다 말았다는 점에서 영화 <열한시>와 비슷한 만족도.
2014/02/05 - [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 작년부터 넘버링 45. 열한시
긴장감은 없지만 볼만은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