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라던가 무소유 이런 거랑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랜만에 내 책상. 찰칵.
매번 찍어도 똑같은...ㅋㅋ 이사 가면 달라질까? 아마도 이사 전까지 이 모습일 듯.
내 방에 도서관 만드는 게 오랜 꿈이었으며 비디오는 소장해야 맛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아마 집이 더 넓었다면 오디오도 장만해서 CD는 물론이고 LP판도 모았을지 모르는 그런 사람.
어린 시절 추억도 고스란히 모으려 하고 쓰지 않는 문구류나 대본들, 지나간 작업의 흔적들도 끌어안고 살려던 인간인데
그런 내가 이사를 앞두고 (수납공간이 극도로 줄어든 ㅠㅠ) 어쩔 수 없이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한지 벌써 한달째.
나뿐 아니라 엄마도 살림을 처분하고 계시므로 집안이 구석구석 조금씩 비워지고 있다.
정말로 1톤은 버리지 않았을까? 용달차 작은 거 하나는 충분히 채웠을만큼 버렸다.
그렇게 버리고도 달라진 건 별로 없는데
왠지 여유가 생겼다.
책장엔 군데군데 여유가 생겼고 콩나물시루 같이 빽빽하던 책들은 이제 비스듬히 서있기도 하다.
늘 닫아두었던 창고는 열린 채로 거의 비었고
냉장고 주변에는 눈에 띄는 데 필요한 것들이 있으며
방 안의 서랍들은 더러 비어있기도 하다. 아마 합치면 서랍도 장마다 하나씩은 비울 듯.
오늘도 뭔가 더 버릴 책이 없나 들여다 보며 어렵게 한권 두권을 골라낸다.
오래된 책 중에 한번도 안 읽은 책은 새책인가 헌책인가?
(이불도 그렇고 그릇도 그렇고... 모든 물건에 적용되는 질문이다.)
내 관심사에서 이미 벗어난 책은 안읽었어도 헌책으로 취급!
그리고 이중에 너무 새책 같거나 자료가치가 충분한 것들은 놔두고
금세 읽으면 될 듯한 책들은 버린다. 금세 읽으면 될 걸 몇년씩이나 묵혀두고 있으니 앞으로도 안읽을 거 같아...
그림이 예뻐서, 판형이나 재질이 마음에 들어서 끌어안고 있던 노트들도 버린다.
잘 안 나오는 펜들은 신나게 버린다. 더러 잘 나오는 애들도 모른 척 끼워 버린다 ㅋㅋ
손님용으로 챙겨둔 베개도 버리고 촉감이 좋아 애용하던 빛바랜 이불도 버리고
말했듯이 그랬는데도 겉모습은 똑같다. ㅎㅎ
하지만
잔뜩 버리고나니까 비로소 읽어볼 여유가 생긴 책 한 권.
아낌없이 첫장을 쓰기 시작한 노트 한 권.
읽고 보고 써야했던 수많은 물건들에서 해방되자
읽고 보고 쓰고 싶은 것이 늘어나는 기분좋음.
가진 게 적어지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