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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4년째 넘버링 159. 정인결 Time to love

by 와옹 2016. 5. 1.

A Time to Love, 情人結
2005년 / 113분
중국, 로맨스 멜로

안뚠 作 '낯선 이와 만나다'에서 모티브를 취함
감독  곽건기
출연  조미(취란 역), 육의(허우지아 역) 외

한마디로... :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꼬박 3개월만에 본 첫 영화. 아, 감격이야...
로미오와 줄리엣이 중요한 매개로 쓰이는 로맨스물이라니 기대감이 바닥이었지만, 조미(자오웨이)와 육의가 나온다는 것만으로 가볍게 틀었다가.................. 엄머나 이거 뭐야 이 영화 완전 좋잖아.......... 해버린 수작. 

돌고 돌아 만나는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일본 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소재이고 거기에 집안의 반대, 부모의 병이라는 고리타분한 설정까지 더해져 진부함을 이고 지고 출발하는 영화건만... 이 아련한 수채화 느낌에 설레고 마음 아파하며 완전히 공감하고 있는 나는 과연 나이를 먹은 것일까...? ㅠㅠ
(이하, 줄거리 대사 마구 말하니 주의 요망)

2015/02/01 - [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 재작년부터 넘버링 100. 하나미즈키  (한핏줄 영화)

풋풋하고 찬란했던 사랑이 세월을 거쳐 빛바래는 이야기가 용두사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대사 하나 감정 하나 결말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명작이라고 생각될만큼 좋았다...

A Time for Us를 비튼 듯한 영어제목 A Time to Love는 처음엔 비웃었지만;;; 영화와 잘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심지어 세익스피어와 로미오와 줄리엣이 저렇게 깊었던가 싶을 정도로 잘 활용되었다.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 '가족'이라는 난관은 그 시절엔 그랬지... 라는 감각으로 이해되었고
그게 납득된다면 이 영화는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섬세하고 시적인 이야기로 다가올 거다. (약간 TV소설 같기도... ㅎㅎ)

하필 둘이 다시 만난 날이 발렌타인 데이였는데, 격세지감을 느끼는 여주에게 남주가 이런 말을 한다. 
저런 날은 결혼 안 한 사이에서나 챙기는 거지. 
꺄아아....... 이미 마음으론 결혼한 거였어 쟤네들! 7년이나 연락을 끊던 말던 남편 해외출장 보낸 부부 마인드였던 거야? 엉엉. 이런 제기 판타지 같은 사랑...! 나 좀 줘~

한참 찬란했을 때는 맺어지지 못했던 사랑이 지난한 기다림을 거치고서야 겨우 이뤄질 때,
그 감정은 북받치는 눈물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감정이 표현된 마지막 씬은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짠했다.

"아무 말 안 하면 달라지는 건 없는 거야." 
헤어지면서 했던 이들의 맹세는 그야말로 판타지이지만... 
노골적으로 감정을 쏟아내고 싸우는 이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이 영화의 사랑법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답답한 면도 있지만 내 얘기 아니니까 아름다웠어~ (그러나 남 얘기라고 하기엔, 나도 저 입장이면 저랬을지도..)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클래식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 중국발 멜로영화.
조미와 육의의 연기도 참 좋고 (10대부터 30대까지 다 소화~)
육의는 케미신 맞나봐... 조미랑 너무 잘 어울리고
지금껏 본 영화 중에 손에 꼽을 아름다운 키스씬(베드씬ㅋ)이었다. (내가 본 베드씬이 많지 않다는 건 알아서 필터링~)


왈가닥 조미만 알던 내게 신선했던 청순 조미. 저 앞머리가 내내 거슬렸지만 넘 예뻤다.
역시 팔뚝이 말라야 소녀처럼 보여~

이렇게 순수한 첫사랑. 이 장면 참 좋았다. ^-^

궁극의 자전거 로망... 뒤에서 하드 먹여주기. 아우!

여명의 눈동자 이후 이렇게 쫄깃했던 철조망 씬은...ㅋㅋㅋ 뽀뽀하는 줄 알았다 야...
이런 별 거 없는 감정씬에서 둘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이런 이야기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고쳐 쓰며 살아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
첫사랑 이야긴 줄 알았더니 인생을 이야기했던 드라마. 
후반부 남주의 감정선이 너무 생략된 게 좀 아쉽지만 
추천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