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면 커져용
<내 딸 서영이> 50부작을 달렸다.
아.. 진짜 50부작 이런 거는 본방사수가 제격이다. ㅠㅠ 재밌는데도 힘들었엉.
하루종일 봐도 3일은 걸리는 50부작. <내 딸 서영이>는 방송 당시의 고시청률이 괜한 게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잘 짜여진, 착한 막장 드라마였다.
여러 인물을 고루고루 이해시키고 그들의 사연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구성의 묘가 좋았고
무엇보다 대사가 훌륭하다 소현경 작가는.
캐릭터는... 치명적인 악당이 없는 대신 이해 안되는 성격들이 몇명 나와 짜증도 났지만, 인물을 깊이 파고들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끈질기게 설득하는 점이 대단했다. 특히 초반 강우재(이상윤)의 밀어붙이기 성격이나 후반 서영이(이보영)의 그 복잡한 애증의 자존심은 무려 주인공들을 비호감으로 만들 정도였지만 결국엔 이해시키거든. 미세한 감정의 파고듦이 나노급이라 아 씨 뭐들 저리 복잡하게 살아...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훌륭한 가족드라마를 보고나니 최근 방영중인 같은 작가의 <두번째 스무살>이 제법 자기복제 중이란 걸 느꼈고 남주의 초현실적인 순애보가 조금 질리는 부작용도 생겼다.
소현경 작가의 드라마 남주들은 공통적으로 육식의 탈을 쓴 초식남들이다. 까칠하고 재수없는 듯하지만 엄청난 순애보를 가진, 그래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여주를 이해하는 캐릭터들이 많다. 너무나 이상적인 여자들의 로망이지만 (페르젠의 외모와 배경에 앙드레의 순정을 지닌) 로망이지만... 질려영. 힝.
그 반작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학교 2013>을 본 건.
이종석 팬도 김우빈 팬도 아니지만 대체 뭐 어떻게 나오길래 브로맨스 소릴 들었냐 싶은 호기심이 컸고, 쌈박질하던 사이라는 설정도 솔깃했다. 여기에 최다니엘의 캐릭터가(연기는 너무 깐족거리는데 캐릭터는) 꽤 좋아서 단숨에 달렸다. 아, 초반 2회는 주인공이 여럿이라 집중하기 좀 힘들었지만.
약간 일드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여러 주인공의 사연을 너무 깊지 않게 적당히 건드리고 넘어가서 그런 것 같다.
메인 커플은 장나라-최다니엘 선생 콤비와 이종석-김우빈 학생 콤비.
학생과 선생들의 이야기를 적당한 비율로 끌고 가는데, 덕분에 주인공들의 사적인 공간이나 '가족들'이 안 나온다는 점도 일드 같다는 느낌을 준 요인인 듯하다. 철저히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학생들과 선생들의 이야기이며, 그것으로 충분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특히 후반 몇회분의 꼬리를 물고 물리는 사건전개는 훌륭! 몰아친다,는 느낌을 이렇게도 줄 수 있구나... 메인 커플들 간의 갈등이 해소되거나 약화된 상태에서 그들 각자의 당면한 과제와 갈등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초반에 쩌리였던 학생들이 그 이야기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 등 활용도도 좋았던 그 공평함이 한국드라마 같지 않았던 수작.
장나라와 최다니엘의 진득한 연기가 좋았고, 이종석 김우빈이 연기를 잘하는구나.. 왜 저렇게 난리들인지 알겠던 작품.
김우빈의 몰입도는 정말 뜻밖에 좋아서 그 무서운 얼굴에 깜짝 깜짝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ㅎㅎ 이종석은 가끔 못생겨 보이는데 ㅋ 남자 맥라이언 같은 특유의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어.. 그러고보니 닮은 것 같애...ㅋㅋ)
왜 브로맨스라 불리는지 알겠던 고남순-박흥수의 10화 속마음 배틀(?)씬은, 아오 진짜 이건 사랑고백이라며 ㅋㅋㅋㅋ 그러니까 옆에 있었어야지 새끼야 하는데 노네 미친 거 아니냐는 앙탈이 목구멍까지 올라옴. ㅋㅋㅋ.. 그러나 뭐? 난 그런 거 좋아하니깐 걍 훈훈하고 좋더이다~.
학교생활을 리얼하게 담으면서도 선생과 학생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게 좋았고, 그런 만큼 가정이 악의 근본인 양 취급되는 면이 있으나 뭐, 따끔한 일침 정도로 넘어가줄 수 있다. 다만 선생이 죄다 올바른 것은 분명한 판타지. ㅋㅋㅋ 그래도 둘 중에 하나라면 학교를 추천하고 싶을 만큼 여운이 좋은 드라마였다. 서영이도 빛나는 씬이 수두룩하고 이보영 천호진 박해진이 레전드급 열연 보여주지만(이상윤도 본 중에 젤 잘한..) 가난남매가 의사변호사 되고 재벌가가 인간적인 등 비현실적인 느낌이 곳곳에 있어 좀 그랬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