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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재작년부터 넘버링 112. 혈의 누

by 와옹 2015. 3. 16.

2005년 / 119분
한국, 범죄 사극

각본  이원재
각색/감독  김대승
출연  차승원(이원규 역), 박용우(인권 역), 지성(두호 역), 오현경, 최종원, 유해진 등등등...


한마디로... : 섬에서 불탄 제지수송선 사건을 수사하던 주인공이, 이어진 실종과 살인이 과거의 객주일가 몰살과 관련된 복수극임을 파헤치는 이야기. 그리고 그 끝에 밝혀지는 인간 이기심의 끝.


개봉 전부터 시나리오가 좋다는 평이 자자했던 <혈의 누>.
잔인하다는 평 때문이었을까,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봤다. 
10년 전 작품이라 그런지, 당시 화제였던 끓는 물에 넣어 죽이는 장면 등은 지금은 별로 끔찍하지 않았고(아, 슬프다...세상이 얼마나 무서워진 거야..ㅜㅜ) 범인도 워낙 잘 몰아가서 일찌감치 예상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대충 넘어간 살해수법은 끝까지 미궁에ㅋㅋ 막판까지 감정선도 이렇다 할 게 없어서, 과연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이냐...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막판이 중요한 거지, 이야기는. 
범인이 밝혀지고 어느 한쪽의 잘못만도 아닌 씁쓸함이 살짝 묻어날 때, 다 끝난 줄 알았던 영화가 진짜 메시지를 풀어놓는데 와... 그 10분? 15분 정도의 몰입감과 충격이 대단했다. 어찌 보면 비주얼이나 스토리 모두 상당히 고풍스러운 (70년대 이전의 한국영화 같은) 정서를 지닌, 달리 말해 투박하고 촌스러운 데가 있는 영화인데.. 마지막 혈우(血雨)의 광란이 보여주는 인간의 잔혹함은 그래서인지 더 강렬했다. 직금도(암호처럼 적힌 연서)를 버리는 마지막은 맥락상 멀뚱멀뚱했지만-그런 의미겠거니 생각할 뿐 가슴을 치는 강렬함은 없었지만- 충분히 씁쓸하고 묵직한 결말부였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원규의 갈등이나 복수의 이유보다도 휙 지나간 두호의 억울함(?) 부분이 가장 좋았다. 처지가 가장 씁쓸하게 느껴졌고 그 설정 하나로 두호란 인물에게 연민을 쏟아붓게 돼버렸어, 나는! T^T 누가 누굴 탓할 수 있단 말이야? 게다가 마지막의 그 빗장 풀린 민심은...! 어쩌면 그 부분이 내 취향인 탓에 복수의 사연이나 주인공의 딜레마 쪽에는 별 관심이 안 가긴 했지만;;; 마지막 총을 겨눈 차승원이 겪는 그 몇초의 갈등도 사실 끝내줬던 딜레마. 그러니까 알고보면 내사랑 딜레마와 아이러니 투성이인 이야기! 꺄~ 

주연들의 연기는(코미디를 벗은 차승원, 존재감 발군의 박용우, 기대 이상의 지성이라는..) 하도 호평을 듣고 봐서 그런지 좀 아쉬웠지만... 극을 이끌 정도는 아니어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는 해준 듯하다. 
차줌마와 참바다 커플을 잠시 볼 수 있는 것도 이제 와서의 재미고... ㅎㅎㅎ ^^
추리 스릴러를 기대하지 않고 그냥 영화로 본다면 엄지를 치켜줄 영화. 물고 물리는 딜레마가 좋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