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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한드

슬퍼라 ㅋㅁㅎㅁ

by 와옹 2015. 3. 12.

2015/02/18 - [얄팍해요~문화생활/한드] - 오늘부터 본방사수! ㅋㅁㅎㅁ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나서 슬프고
후반부 퀄리티가 무너져서 슬프다.

15회 즈음부터 밀도감이 확 떨어지더니 과거찾기에 몰두해 정체되고 눈물에만 의존하던 스토리는 막판에 캐릭터 붕괴의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배우들도 스탭들도 힘들어서 그럴 거라고 아무리 이해하려 해본들, 수준 높은 포장이 걷힌 오글오글 장면들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더라. 그래서 슬펐다.
기대했던 미지의 X는 턱시도 가면인 줄 알았고... ㅠㅠ
위기로 작용할 뻔했던 옛친구나 사촌형, 약혼녀도 별로 걸림돌이 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이 드라마 최대의 악인은 신세기였을 거다. 차도현의 할머니인 회장님과 학대의 가해자였던 아버지가 진정한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순간부터 폭력전과에 빛나는 신세기를 따를 악당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놈도 여주 앞에선 꼬리 내린 강아지가 된지 오래니, 사촌형과 그의 아버지가 그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들은 원래 비중이 쥐꼬리였던 거지. 재벌가를 박살내겠다던 포스 쩌는 신세기나 그 신세기를 박살내줄 것 같던 회장님이 악의 축을 담당해주는 게 맞았던 걸까. 누워서 회상에만 출연하시는 아버지께서는 그 회상에서조차 잔인함을 안 보여주시니 악인은 세기와 회장님, 피튀기는 대결도 세기와 회장님 도현과 리진의 4파전이어야 했나봐... 그러나 드라마는 오리온을 섭남으로 삼은 죄로 중반 이후 도현이와 리진이의 사랑의 위기에만 열중해 왔고.. 그리하여 세기와 대적할 일이 없어진 회장할머님께서도 갑자기 착해질 수밖에 없었나 보아... ㅜㅜ 

즉,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갈등이 내면(인격들의 존재 자체)에 있었다면, 그 인격들의 폭주나 비밀의 폭로가 가장 큰 위기여야 할 텐데... 어쩌다 사랑의 위기와 과거의 비밀에 몰두하면서 (사실 남주여주가 과거의 사연 때문에 맺어지기 힘들다는 설정 자체가 납득하기 힘들었고--잘못은 아버지가 다 했는데 왜?!--빵 터뜨리지 않고 찔끔찔끔 밝힌 비밀은 예상 이상을 보여주지 못해서 시시했다!)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는 사뿐히 놓아버렸더라고. 그런 와중에 옛친구의 등장이 좀 쫄깃하게 붙을까 했더니 그마저도 흐지부지. 악인 없는 착한 드라마 쓰기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 자꾸 많이 슬퍼져. 이 드라마가 끝까지 쌍엄지를 치켜세울 완성도를 지녀주길 바랐던 만큼 용두사미 되는 건 보기 싫었거든. 
다행히 20회는 이전보단 나은 마무리를 지었는데, 대본보다는 연기 덕인 듯... 인격 융합이라는 정체성 문제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던져놓은 모든 떡밥을 회수하기엔 많이 많이많이많이 아쉬운 엔딩이었다.

이하, 내가 생각한 이 드라마의 아쉬운 점들. 기대했는데 어물쩍 넘어간 것들. (안봐도 되는 그런 거)

하나의 좋은 드라마가 또 이렇게 평범해져 끝났습니다... 
쌍엄지 치켜세우고 싶었던 드라만데... 그래서 슬퍼요 ㅋㅁㅎㅁ.. 안녕. ㅠㅠ



그래도 즐거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