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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날적이

그렇구나.

by 와옹 2014. 10. 17.

1.
주기적으로 들르는 어느 블로그 주인장이
8년을 일하고 지쳐 그만두려던 차에 뜻하지 않게, 바라지도 않은 상을 받고, 사람에게 위로도 받으며,
자신이 지쳤던 건 '일'이 아니라 일을 둘러싼 사람들과 상황이었단 걸 깨달았단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그렇다.
알맹이에 질려 떠나는 것은 쉽고 빠른데, 대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렵고 질질 끈다. 
미련이 많다는 것은 알맹이가 싫은 게 아니라는 것.
다만 상황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한다. 

2.
문득 내 정체성이 이것과 저것의 완벽한 경계로 -즉, 백수로- 이동했다는 걸 깨달았다. 
애 낳고 된장녀 같이 사는 대학동창들보다도 나는 사회적 경제적 효용가치가 낮다. 
어떤 알바에서는 그렇다. 

3.
하루종일 도서정가제 이전 책지름 목록과 2015년 다이어리 물색에 시간을 보냈다. 

열심히 한다는 것엔 무엇이 필요한 걸까?

4.
할머니의 남동생, 그러니까 진외할아버지라고 하는, 아버지에겐 외삼촌인 분이 번역가셨다. 
그분의 역서가 딱 한권 우리 집에 있다. 그걸 읽을 때가 온 것 같다. 
아버지에겐 서러움만 주었다던 그분이 내겐 유일한 문인의 핏줄. 
요즘 고전이 읽고 싶다. 펄벅의 대지나 주홍글자 같은... 오래 전의 세계문학전집 같은 거...


5.
신나게 쓰다가 잃어버려 발동동거리던 빨간 볼펜을 새로 사고
그게 뭐라고 안정되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