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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책벌레

장서 이야기

by 와옹 2014. 10. 5.

모범장서가 뭐 이런 걸 뽑는게 있단다. 근데 그게 2천권 이상이래. 
대략 내 책장의 책들을 꼽아봤을 때 1600권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우려와 달리 난 장서가 축에도 못끼는 거였다. 물론 사놓은 책을 다 못읽는 비율로 따지면 언제든 장서가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장서가라 하면 희귀본을 많이 가진 책수집가의 개념이 컸던 것 같다. 그들이 그 책을 정말 읽었느냐 아니냐는 애초에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고, 무조건 책이 많은데 희귀본에 집착하면 장서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온라인 서점이나 디시 커뮤니티 등을 보면 책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구매왕 같은 걸 뽑으면 한달에 백만원어치 씩 사는 사람도 한명이 아니다. 책을 많이 사고 보유한 사람들은 대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야하는 직업이 많다고 한다. 왠지 책에 관한 사치조차도 효용성에 따라 존재할 뿐이라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긴, 순수하게 책읽기 좋아하는(많이는 아니지만 꾸준히 읽으려고 하는) 친구들을 봐도 책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단출하다.

책을 많이 읽는 인상인 ㅈ 감독님의 서재가 무척 깔끔해서 놀란 적이 있다. 함석헌 전집을 빼고는 전집도 거의 없고 그 흔한 대하소설이나 삼국지 같은 것도 없었다. 책을 모은다는 개념이 별로 없는 책장 같다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유행에 따르지 않는 서재이면서 욕심이 없는 서재이면서 아마도 거의 다 읽은 책들일 것 같은, 소장했지만 굳이 소장하려고 노력하진 않은 것 같은 서재였다. 

내 서재를 한번 본다. 줄여도 증식하기만 하는 내 책장은 열종류는 넘음직한 전집들과 또 여러종의 만화책들이(만화책은 기본 전집 개념이니까;;;)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들을 뺀다면 내가 가진 단행본은 천권 남짓, 어쩌면 그보더 더 아래일지도 모른다. 깊고자 하나 가볍고 욕심 많은 서재다.  

생활 스타일이나 사고방식, 목표의 전환이 필요한 요즈음. 
내 책장을 보니 나란 인간이 참 지지부진해 보인다. 여기 집적 저기 집적 호기심만 많고 가볍게 할일에도 무겁게 치이는.. 딱 나같은 느낌에 웃음이 난다. 이 책장을 정리하면 나도 좀 정리가 될까? 
아무래도 난 장서가가 되기엔 또 역부족한 인간. 잡동사니가 되지 않게 솎아내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