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작년부터 넘버링 74. 루퍼

by 와옹 2014. 8. 1.

2012년 / 119분
미국, SF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 리(조 역), 브루스 윌리스(미래의 조 역) 외


*줄거리가 꽤 나오니 찜찜하면 읽지 마셈~.
 특히 파란색 네모칸 안은 결말이 언급되니 주의.


루퍼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반응은 "설정은 재미났는데..." 였다. 
여기서 땡땡땡은... 좋은 설정을 망쳐놨단 의미였는데,
오늘에야 본 루퍼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살인이 금지된 30년 후의 세계에서 처형자를 현재로 보내는데, 그들을 받아 죽이는 자를 루퍼라 부른다. 그들은 언젠가 미래에서 보내진 자신을 죽이게 되고, 그때 루프가 끊어진다. 그렇게 은퇴한 루퍼는 30년간의 인생을 보장(?)받는다. 

요 재미난 설정에 영화는 터미네이터 플롯을 끼워 맞췄다. 미래의 조(브루스 윌리스)가 아내를 구하겠다고 아놀드 터미네이터 형님처럼 과거의 씨앗을 죽이러 오는 것.
조는 미래의 자기를 한번 놓치고 뒤늦게 그를 죽이러 간다. 터미네이터 플롯이니까 당근 사라를 만나고(앗 그러고보니 이름이 똑같이 사라네 ㅋㅋ) 그 아들 시드를 지키는데 시드가 존 코너인 거지. (루퍼에서는 레인메이커라는 악당...인지 아닌지, 루퍼 입장에선 악당이 됨.) 

이 영화의 타임 패러독스에서 원성을 사는 것은 아마도 다음 몇가지.

1. 미래의 조가 현재를 휘젓고 다녀도 미래에(&조에게도) 별 일이 없다. 

2. 늙은 조가 현재의 조를 구한다 - 늙은 조는 30년 후의 자신을 죽였을 때 성립하는 인생이므로, 늙은 조를 죽이지 못한 순간 둘의 공존에 모순이 생긴다. 그런데 구하기까지 하다니...!

3. 늙은 조와 조가 서로의 행동(미래)를 예측(기억)한다는 것.

내 생각에 이 영화의 세계관은 아주 단순하게 돌고 도는 루프 같다. 

미래에서 온 자신을 처형하고 30년을 산 뒤 처형되러 과거로 보내지는 루프1과, (이 루프는 예정된 처형을 거부한 순간 깨진다)
미래에서 온 조에게 죽을 뻔한 아이가 30년 후 루퍼들을 학살하자 미래의 조가 아이를 죽이러 되돌아가는 루프2. (이것은 현재의 조가 깬다)

순환의 고리는 반복되다가 균형이 깨진 순간 파기되며
그 변화는 해당 루프 안에서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레인메이커를 죽이러 가는 것은 아직 깨지지 않은 별개의 루프(복수의 순환)이므로 현재진행형이 된다.
즉, 사건은 직선의 시간축에서 벌어진다기보다 돌고 도는 각각의 루프가 교차하는 것이고 그 루프들은 틀이 깨진 순간 사라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한 세계관이지만, 그래도 오류는 발생한다. 


타임 패러독스라는 건 정말 오류가 안 생길 수 없나 봐.
아직도 내 기억에 가장 완벽했던 타임 패러독스는 <터미네이터>와 <백투더퓨처>다. 모순이 생기지만 오류는 아닌... 왜냐면 그들은 생명의 탄생 직전에 개입하거덩. 이미 존재하는 '어린 시절'이나 '과거의 나'와 만나면 오류가 안 생길 수가 없는 듯... 요즘은 평행우주로 모면해보려고 하지만 말야.

하여간 오랜만에 시간여행을 참신하게 다룬 <루퍼>. 세계관을 정확히 구현하지 못한 것과 참신한 소재를 터미네이터로 푼 스토리가 썩 칭찬받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킬링타임용이라기엔 조금 아까운 그런 영화. 
시간 여행은 어려워요~ 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