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F
원작 필립 K 딕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퀘이드/하우저 역), 레이첼 티코틴( 역), 샤론 스톤(로리 역), 로니 콕스(코하겐 역)
오랜만에 다시 본 SF 고전.
원작은 단편소설로 내용이 사뭇 다르다.
리콜이라는 가짜기억 서비스 회사에서 화성에 간 비밀요원이라는 가짜 기억을 심던 중 퀘이드에게 문제가 생긴다. 퀘이드의 현재 기억이 모두 가짜였고 서비스 준비중에 진짜 기억(화성에 갔던 요원)이 되살아난 것.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진 퀘이드는 기억이 되살아났단 이유로 습격을 받지만 그들을 물리치고 도망간다.
여기까지는 대충 원작과 비슷한데 이후가 180도 달라진다.
원작소설에선 퀘이드가 옴짝달싹 못하는 감시 속에서 화성의 기억을 또다른 기억으로 덮는 거래를 하는 반면,
영화는 진짜 화성에 가서 퀘이드가 자신의 정체를 찾는 추격 액션물이 된다. 반군과 부패정부의 대립이 나오고 그 양쪽을 오가는 퀘이드 & 하우저의 정체를 찾아 그 자신이 마지막 선택을 하는 것이 영화의 결말이다.
우선, 영화는 고전답게 지금 봐도 재미있다. 당시로선 충격적인 비주얼이 나오고, 약간의 순진함이 느껴지는 90년대의 스토리는 SF인데도 아날로그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아이러니. ㅋㅋㅋ 지하철 안에 TV가 설치돼 종일 광고가 나오는 장면은 지금 일상이 되었으니 놀랍다. 2014년이 1990년에 상상한 만큼 미래세계가 되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아이디어가 상당수 구현된 것은 사실이니 말이야.....
근데 영화를 보고 단편소설을 다시 읽어보니 감상이 또 조금 바뀐다. ㅎㅎ
재미있게 풀었지만 원작을 잘 살리지는 못한 느낌. 사건과 갈등이 훨씩 적은 원작소설 쪽이 웃음이 날 정도로 거침없는 상상력을 펼친다. 영화의 상상도 좀더 대담하게, SF답게 나갈 순 없었을까요? 이런 질문이 절로 들 만큼. (아, 물론 사건의 전개는 영화쪽이 훨씬 쫄깃하지만.)
어린 시절 굉장히 재미있게 본 SF영화이고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지만
원작을 읽고 보면 90년대 당시 유행하던 헐리우드식 오락영화일 뿐. 기억을 통제하는 것이 피차간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는 원작의 독특함까지는 담지 못한...
그래도 뭐, 2012년 리메이크작보단 낫다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그 영화!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