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
출연 오오사와 타카오(메카리 역), 마츠시마 나나코(시라이와 역), 후지와라 타츠야(기요마루 역) 외
한마디로...: 연쇄살인범을 경호, 호송하게 된 SP의 딜레마와 고군분투기.
하도 용두사미라는 평을 많이 봐서 기대가 없었는데 응? 나는 괜찮았다.
오늘 니나가와 유키오의 두번째 내한공연 [무사시]를 씐나게 보고 와서 룰루랄라하며 집어든 후지와라 타츠야의 영화. 그러나... 이 녀석의 영화나 드라마 배역은 (연기를 포함해) 마음에 든 적이 거의 없다! 아니 한번이나 있었나 싶어.....ㅇ_ㅇ;;;;;
주인공은 오오사와 타카오 꽃중년 아저씨와 꽃중년 아줌마 마츠시마 나나코.
그러나... 마츠시마는 완전 할머니 외모에ㅠㅠ 개성도 없는 병풍 캐릭터. 차라리 함께 나왔던 형사 세 명이 더 인상 깊었다.
후지와라가 연기한 살인마 역은 요즘 흔하디 흔한 사이코패스인데, 솔직히 그의 돌발행동들은 별로 이해가 안 간다. 그에게 어떤 불행한 과거가 있을 거라는 암시는 왜 던졌냐고. 하는 짓은 살인밖에 안중에 없는 사이코인데. 매력적인 악인일 리가 없다.
오오사와가 연기한 주인공 메카리는 메그레 형사의 패러디인가 싶은 묘한 이름의 소유자로, 일단 극을 통틀어 가장 일관된 행동을 보인다. 이 인물이 맞이할 정점이 무엇일지 뻔히 보인다는 게 한계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이르는 감정선이 가장 공감되고 좋았다. 단! 마지막의 계몽적인 군더더기는 빼고. 거기서 왜 뜻도 모를 계몽질이야... 줄줄이 죽어나간 참극 끝에 '우리는 그러지 말자꾸나' 하고 싶냐고? 유일하게 뚝심을 지켜주던 영화의 대들보를 쓰러뜨린 느낌...ㅠㅠ 그렇게 안 하면 메시지가 사라질 거 같았나요 미이케 감독? 덕분에 메시지가 더 없어졌거든요..
어차피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딜레마의 충돌이다.
살인마를 경호해 무사 이송해야 하는 경찰관들의 딜레마(살인마 보호에 목숨 걸 가치가 있는가)와,
복수심에 살인포상금을 내건 재벌노인과 그에 휘둘리는 국민들의 딜레마(악인은 살해해도 되는가, 돈을 바라고 한 살인도 상대가 악당이면 정당한가), 그리고 경찰에게 경찰이 제일 위험한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 등등...
하나의 딜레마가 또다른 딜레마를 낳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부조리한 상황 자체가 이 영화의 재미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이 영화는 타당한 가능성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밟아나간 수작이다. 다만, 딜레마투성이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화끈한 액션이나 심리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딜레마란 게 본디 주인공의 선택을 괴롭히는 한가지면 충분한데, 그것들이 점점 늘어나면 주인공의 갈등보다 그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주는 데 집중하게 되니까. 그래서 내게 이 영화는 액션물도 스릴러도 아니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응? 영화가 내세운 장르를 무시하자 찾아온 재미라니.... 이, 이래도 되나? ㅇ.ㅇ;;;) 괜한 메시지까지 욕심내서 이도저도 아닌 결말을 짓긴 했지만, 적어도 그 과정은 재미있었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스토리에 저런 연출이 걸맞는가는 의문이다. 미이케 다카시의 겉멋작렬 연출은 극명한 갈등상황에서나 근사한 듯... 이렇게 손발 다 묶는 족쇄 탈출에는 부조화한 느낌이 살짝 들었어.
그리하여 오오사와 타카오 아저씨를 보려면 봐도 되는 영화.
마츠시마 나나코를 보려면 보지 말아야 할 영화.
후지와라 타츠야를 보려면................................................................................으윽............ 말했잖아, 얘 나온 거 맘에 드는게 없다고! 근데도 연기는 묘하게 끌리지만...
맥없는 결말로 인해 종합하면 킬링타임용.
보등가 말등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