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작 미나토 가나에 [고백]
각본/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마츠 다카코(모리구치 선생 역), 니시 유키토(소년A 역), 후지와라 카오루(소년 B역), 오카다 마사키(베르테르 역) 외
한마디로... : 자신의 반 학생(14세 미만)에게 살해당한 딸의 복수를 하는 전직 여교사의 이야기.
2009/11/26 - [게으른 책벌레/리뷰라 치고] -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소설에 대해서는 예전에 리뷰를 했다.
굳이 영화까지 볼 생각은 없었는데, 하도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을 봐온지라 오늘 어쩌다(왜 그랬지?) 봐버렸다.
각본과 감독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불량공주 모모코]를 연출한 나카시마 테츠야라고 한다. 불량공주 재미나게 봤는데 설마 같은 감독일 줄이야. 하긴, 비현실적인 느낌은 닮은 것 같네.
간단히 말해 이 영화, 소설에 비해 결론의 타당성만큼은 확실히 부여했다.
개인적으로 확 깼던 결말을 당연스레 받아들이게 해줬으니까.
또 인물별로 조각조각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엮어낸 솜씨도 훌륭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인과관계와 사건 진행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마츠 다카코의 연기도 마지막의 표정 하나로 '좋았다'는 느낌이고. 전체적으로 웰메이드인 것은 사실.
하지만 그토록 충실하게 설명해낸 그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여전하다.
어린 학생들의 생명경시와 파괴돼가는 가정&학교의 모습, 살인이 얼마나 무거운 죄악인가, 이런 것들은 전달한 것 같지만...
신나게 후벼파고 "봤지? 그러니까 하지 마." 금지하는 으름장 같아서.
영화는 더러운 사회를 철저히 해부할 뿐,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해결책은 전혀 내포하지 못한다. (내가 싫어하는 류)
그저 살인 금지,금지,나쁘다.나쁘다... 오로지 이 한가지만 부르짖는다. 잘못은 범인에게, 아니 그 부모에게, 아니 나약한 마음에, 미쳐버린 사회에, 부당한 법제도에...돌고 돌아 똑같이 갚아주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는 결론. 혹은 '14세 미만도 강경처벌해야 한다'는 것?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메시지는 고작해야 이런 정도다...
그리하여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고인 물 같은 영화.
연출 분위기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콜럼바인 총기난사를 영화화한)와 비슷한데, 엘리펀트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그건 여백의 미라도 있지. 시종일관 관조적인 그 영화는 그래서 충격적이고 여운을 남기건만, [고백]은 꽤나 노골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만 관조적이니... 감독만의 스타일이라기에는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하고 지루했다.
그래요, 내 취향이 아니에요.
교사의 고백 중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은 클리셰라고 쳐도,
엔딩을 이런 하늘로 처리한 건 [엘리펀트]와 너무 비슷하다.
엘리펀트의 하늘은 서늘하고 처연한 울림이 있는데 이 하늘은 뭘 말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좀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