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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한드

ㅎㅇㅌ ㅋㄹㅅㅁㅅ (8부작 - 2011)

by 와옹 2013. 9. 8.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로 방영될 당시, 또 그 후에도 수작이라는 평가가 열렬했던 드라마.
등짝이 멋진 김상경님이 나오심에도 어째 보지 못했던 드라마. 아마도 저작권료 받는 드라마라 그랬을 거야.
라고만 생각했던 건 오산!
이 드라마는 무려 내가 좋아하는 눈, 겨울, 서양풍 멋진 학교, 고립된 공간, 수두룩 꽃돌이, 미스터리와 지적인 추리요소가 뒤범벅된 드라마였는데 왜! 왜 여태 못봤던 거냐.............................. 면? 간단하다. 재미가 엄따!
이 드라마 팬들이 떼로 돌 던지기 전에 뭐가 왜 재미없는지 바로 실토하겠슴.

 

1. 스타일리쉬 해도 너~무 스타일리쉬한 연출

누군가는 발연기를 연출로 커버했다고 보던데 난 정반대다. 상경님 연기마저 발연기로 보이게 만든 건 연출 탓이라고 봐!
느무느무 스타일리쉬하셔서 그냥 눈이 홱홱 돌아가게 멋지다. 감각적이다. 느리다. 읭? 느리다?
8부작이나 되는 길이의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에서 템포가 느리다면 서스펜스를 잡아먹는 거 아냐?
근사한 화면과 시적이기까지 한 템포감을 이런 장르에서 사용하려면, 파국으로 치닫는 심리를 끈질기게 파고들던가, 스토리가 다소 예상 가능하더라도 설득력 있게 흘러가야 하는 거 아녀? 안타깝게도 이 극의 대본은 국면이 전환될 때마다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연출이 템포감을 좀 살렸어야 하는 거 아녀?

 

2. 지적이어도 너~무 지적인 각본

이 각본은 대단히 잘 짜여진, 또 시적인 나레이션과 지적인 게임으로 가득한 수작이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을 거다.
근데 나는 도통 몰입이 안 되었다. 멋지게 잘 만든 거 알겠는데 몰입이 안 된다. 왜지? ;ㅁ;
첫째는 캐릭터들이 모두 비슷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점. (보통 이런 문제는 감독이 쓰고 연출하고 다 해먹을 때 빈발하던데... 뭐지? 작가와 감독 성향이 흡사한가? 여하튼...)
크게 거칠거나 튀는 캐릭이 없고 다 고만고만하게 반항하고 (전국 상위 1%만 다니는 수재 학교란 설정이긴 해도) 다 매우 지적이다. 심지어 범인님조차도 지적이다. 개중 무식하게(? 에너지 넘치게^^;;) 설정된 인물들도 비슷 비슷. 초반부터 설명해야 할 인물이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예상 외의 전개에만 치중해 인물을 피상적으로 보여줘서 그런 것도 같다.
사실 인물에 대한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는 너무 많은 느낌도 든다. 16부 기획이었다가 8부작이 되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8부작에 담기에는 인물도 그들의 사연도 관계성도 설명이 너무 많은 기분이다. 그래서 가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그들의 사연들이 몰입을 방해하는 군더더기로 여겨졌다. 저 이야기를 할 시간에 쟤들의 심리를 더 보여주면 좋겠어! 이런 기분이 들었다니깐...

게다가 이 드라마는 초반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못잡게 하는 미스터리와 스토리 전개의 의외성에 너무 힘을 쏟았는지, (솔직히 미스터리를 푸는 방식은 초큼 비겁했다고도 생각하지만 종잡을 수 없게 해준 즐거움으로 퉁치고...) 긴박하게 전개되어야 할 후반부가 힘을 받지 못한다. 전반부가 지루한 것은 안락의자탐정 류의 지루함이니까 참을 수 있었는데, 비밀을 다 까고 가는 후반부의 느린 템포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며칠에 걸쳐서 겨우겨우 완주했다. ㅠㅠ  
문제는 작가가 설정한 지적인 게임들 자체는 좋은데, 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계속 물음표라는 데 있다. 나는 그들이 왜 중요한 선택지마다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다른 방법도 있어 보이는데 왜 하필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던 말던, 그럴 때 이야기는 급속도로 흘러간다. 나는 계속 왜? 왜? 왜애???? 이러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몰입이 안 될 수밖에. 정말이지 시청평과 내 감상의 격차가 너무 커서 내가 늙은 건가 내가 잘못한 건가 머리를 쥐어뜯을 뻔했다.

작가님, 엄청 잘 쓰신 거 아는데.... 너무 관조적이에요... 적어도 심리상태가 불안정하게 변하는 후반부엔 인물에 더 밀착하길 바랬어요. 난 그랬어요....... ㅠ_ㅠ


 
이 드라마에서 아마 가장 인상적일 장면. (출처는 인터넷 블로그... 문제되면 내릴게요~)


3. 발연기's

이 드라마의 모든 배우들은 다 똑같은 연기를 한다. 니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듯이, 뭔 일이 나도 그닥 동요하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고, 잠깐 놀랄 뿐 금세 평정심을 되찾는다. 아무리 수재들이라도 그렇지.....
이건 배우들의 연기력 이전에 방향성 문제 같다. 극에 어울리는 연기톤을 다양하게 잡아내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건 연출의 책임이다. 그러니까 배우들은 인상적인 모습을 하나씩 보여준 것으로 나는 만족할 거다. (...음, 그치만,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못해서 조련하다 힘 빠져서 이렇게 된 걸 수도 있겠네? 그랬다면 배우 탓.)

내가 연출에 불만을 느끼게 된 것은 강미르가 웰컴투수신고!를 외치는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발연기를 논하기 이전에, 거의 클리셰에 가까운 그 장면을 짜릿하게 연출하지 못한 건 전적으로 연출 탓이다. 그동안 지루함을 느낀 게 내 취향 탓이 아니라 연출의 언발란스함 때문이구나, 확실히 느꼈다고. 물론 이런 독특한 감각이 연출가의 개성이고 장점일 수 있지만, 적어도 기대하는 장면쯤은 제대로 살려주고 나서의 개성이고 장점이지 이게 모냐고요~~~!

나 이런 스타일리쉬함 어디서 봤나 했더니 적*의 남자, 칼* 꽃 연출이시더라.... 설마 했는데 진짜였어!!!!! (내 안목에 박수를! 감각 살아있네~ 맞췄어요!) 둘 다 안 봤지만 몇장면 본 것만으로도 느낌이 팍... ㅡ_ㅡ;;
나도 독특함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최근 겪은 바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하면 독특함이 독이 된다는 걸 깨달았기에...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그르지 마요... 제발~~~

그리하여 이 드라마에 대한 한줄평은,
빼어난 작가와 스타일리쉬한 연출이 만나 배우를 하향평준화시킨, 좋은데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홍길동이냐?) 괴이한 수작.
작가와 연출은 욕심을 덜 부렸으면, 배우들은 욕심을 좀 더 부렸으면......... 좋았을 듯.
그러나 내가 혹평을 하건말건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
세줄평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