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온라인에서 다이어리를 노려봐도,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이다.
현대백화점 반디앤루니스에 갔다가 정말로 안중에도 없던 어린왕자 다이어리를 사 들고 왔으니.
표지가 부드러우면서 폭신폭신해서(스티로폼과 고무의 중간 같은~~) 촉감에 넘어갔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빛바랜 컨셉이라 표지도 속지도 흐릿해서 "신상 맞지?" 확인까지 했고~.
표지도 빨갱이 장미 버전이 더 좋은데 없었고-_-;; 위클리 칸의 배열도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다이어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프리노트 부분.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프리노트가 빛바랜 일기장이나 낡은 편지지의 느낌을 줘서 푸근하니 좋더라... ^-^
계절 탓인지 연말이라 그런지 요즘 내 기분이 그래서인지, 건조하리만치 세련되고 깔끔한 노트보다는 좀 허술한 듯한 이런 단순함이 좋다.
요런... 이렇게 봐선 감이 잘 안 올 텐데, 흐릿하고 바랜 느낌이 그냥 막 일기 쓰고 싶어지는 기분.
중간중간 (셍텍쥐베리가 그렸다는) 일러스트가 섞여있다. 무선도 있고.
그 외엔 별다를 것 없는...... 연간계획이 있고 월간, 주간 페이지가 있는 보통 다이어리.
맨 처음엔 SET YOUR GOALS 라고 한해의 목표를 적는 란이 한장 있긴 하다. 그것도 무려 12번까지!!!
(월별로 적으란 소릴까? ....-ㅁ-;;; 긴장되잖아...)
뒷표지 안쪽에는 몰스킨처럼 종이포켓이 있고 종이 스티커 몇장이 들어있다. 음... 그 덕분에 뒷표지는 딱딱해서 몰랑몰랑한 표지의 느낌을 죽이는 것 같지만. 상관 없지.
이건 같이 산 납작한 B5 파일. 궁금하면 오천원. 이것도 다른 색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 역시 실물을 봐야해...
이제 다이어리까지 샀으니, 마음을 다잡고 새해를 준비해야지.
중심을 잡는 것. 나 자신을 아는 것. 책임을 지는 것.
별로.. '최선을 다했다'라는 기준을 절대적으로 높게 잡고 싶진 않고.
주어진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하는 걸로 만족할래. 다만, 끌려다니는 상황을 차츰차츰 없애 가는 걸로.
그렇게 차츰차츰 최선을 다해가는게 지금의 과제.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매번 새로워지고 더욱 깊어진다는 것도 재미있잖아.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 소심이는 단번에 절대적인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순 없으니까.
그랬다간 이것보다 더 절대적인 노력이 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말 꺼야.
그러니까 차근차근. 차츰차츰. 차곡차곡 가자.
보이는 만큼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