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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돌이켜보면 신기한 것

by 와옹 2011. 7. 1.
내가 한없이 작아보이는 순간은 많다.
내 부족함이 백일하게 드러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던가
이해 못하는 대화의 맥락을 만날 때..
이 나이 먹도록 인맥을 확실히 쌓고 관리할 줄도 모르는 모자람.
실망스러운 생활력.
등등등 한 없이 많다.

이렇게 모자란데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스스럼없이 친해지지도 못하는데 신뢰해주고
재능이 있다 말해주고 도와주려고 하고
위로해주고 잘 되길 바래준다.

이젠 그만둬야 할까. 그만두는 게 정답일까 고민했을 때
내려온 백만원짜리 동아줄.
그걸 준 사람은 너무 싸다 미안해 했지만
심각한 침체에 빠져있던 나를 다시 끌어올려준 고마운 동아줄이었다.

가끔씩 내가 가진 것에 놀랄 때가 있다.
어릴 적 TV나 영화관에서 보던 작가님 감독님을 알게 된 것.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내가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선배를 내가 사석에서 만나고 있다니. 그게 너무너무 신기할 때가 있다. 내가 꿈꾸던 시스템 안에 들어가보고 그다지 접점이 없을 분들과 스쳐지나간다. 그런 것들을 훌륭하게 발판으로 삼는 인간이 못 되지만, 그래서 더 신기하고 소중한 인연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이런 분들과 얘기하고 있을까. 삶이 예술가인 분들, 프로인 분들과.

최근 아주 짧은 영화 일을 했는데 거기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좋아해라'였다.
대단한 일을 꾸리는 것, 성공시키는 것, 처세를 훌륭히 하는 것, 스펙을 키우는 것,
이 모두에 앞서는 것은 좋아서 하는 것이었다.
삶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사랑을 사랑하는 분들과 스쳐갔다.
큰 돈도 집도 필요 없는 욕심 없는 분들. 그저 좋아서 하신다.

나는 얼마나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했던가.
스스로 좋아서 좋아서 덤비는 것을 회피하고
손쉽게 적응해 보려 했던가.
드라마 작가든 애니메이션 작가든 영화 작가든 그 토양에 적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스스로 그 장르를 죽어라 좋아하고 끝없이 자신과 삶을 사랑해야 하는 거였다.
그러면 되는 거였다. 충실한 삶은.
작가로서 충실한 삶은.

좋아해라.
죽을 때까지
나도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