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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공연.예술

쓰릴미(2010) - 관객과 소통하지 않는 소극장 연극

by 와옹 2010. 5. 19.

2010년 5월 18일 8시 공연
김재범(나)-조강현(그) 페어.


쓰릴미를 봤다. 이러저러한 호평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쓰릴미!
무시무시한 소극장 오마넌 티켓쯤은... 4페어나 되는 따따따블 캐스팅의 고민쯤은 훅 날려버릴만큼 궁금했던 뮤지컬!!! 드뎌 봤다. (4페어 공연은 난타 이후 처음이다.)

일단... The Satge란 극장부터 꼬집고 넘어가자면...
무려 5만원 티켓을 당일 환불 금지까지 시킨 공연치고
입구가 어딘지도 모를 극장이라니! 어쩔!!! 들어가는 구멍 찾느라 비오는데 허둥지둥했다고~ 게다가 쥐구멍만한 입구 찾아 들어가니 아담하게 (결혼식장 신랑신부 사진보다도 작은) 입간판 포스터 다소곳이 한켠에 세워놓고 끝. -_-;;;;;;; 극장은 각성하라!!! 이게 어디 오만원짜리 공연장이냐! (그래, 삼만오천원석도 있다마는!)

그 다음... 포스터 문구에 대한 유감. 스포일러잖아.............................ㅡㅡ;;;;;;;;
친절하신 문구 때문에 나는 반전을 느끼지도 못했을 뿐이고......... "저 얘긴 언제 나와?"했더니 반전이랜다...... 훗...;;;;;;;;;

뭐 어쨌든, 공연장에 들어가서는 무척 흥분했다. 오랜만의 소극장 연극이고, 내 돈 내고 간 몇년만의 공연인데다, 무대와 가까운 3열 좌측! 가까이서 느껴지는 무대의 생생함을 기대하며 정말정말정말 설레였다.
그런데........
.........................
.....................................
나오면서 연출이 누군지부터 확인했다. (팜플렛도 없고 달랑 전단지랑 OST만 있더라. 비싼 표 팔아서 팜플렛도 안 찍소...)
2009년 쓰릴미에 이어 재연출한 이종석 연출가란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겠구나, 생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배심원석도 만들고 4페어의 연기나 디테일도 다 다르게 연출했단다. 그리고 그중에 연출가의 의도와 가장 비슷한 게 바로 내가 본 김재범-조강현 페어란다!!!

네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셨습니까!
네 가지 색깔을 콘트롤하려고 하셨습니까!

내가 이 무대에서 느낀 거북함은 연출가의 과도한 향기였다.
'나'를 연기한 김재범의 경우, 대체 왜 연기를 저렇게 할까 보는 내내 의아했다. 분명히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안정되었는데 몸짓도 연기도 답답하리만치 소극적이었다. 캐릭터 설정이라고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막판에 폭발하기 위해 일부러 작게 시작하는 것....... 노래든 연기든 내가 제일 싫어하는 패턴이다. 높은음 안 올라간다고 도를 낮게 잡으면 반칙이라굿.
작게 시작해서 크게 터뜨리는 연기보다
보통으로 시작해서 뜻밖에 폭발하는 연기가 놀라움을 주는데.

그런데 김재범의 '나'는 폭발점을 정해놓고 역산해서 연기하다보니(아니라면 죄송하지만;; 그렇게 전달되었습니다) 중반까지 파워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무대를 장악하지 못했다고 느낄 정도로 약했다. TV 연기처럼 읊조리는 낮은 대사. 그렇다고 막판에 쾅 터졌냐 하면, 그동안의 답답함을 해소해줄 정도로 폭발하지도 못했다. 밖으로 내지르는 것 말고 안으로 좀더 폭발하길 바랬다.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 중얼거리는게 아니라 단 한번이라도 관객을 똑바로 향하길 바랬다. 하지만 그들에게 관객은 시종일관 투명인간이었고 무언가를 보여줘야할 대상이었다. 이러한 단절감은 TV브라운관을 보는 기분마저 안겨주었다. 그리고 남는 건 계산적인 연기에 대한 불만 뿐.

좋아요, 연기는 배우의 몫이 크니까 연출가만 탓할 수 없다고 넘어가도록 해요.
하지만 배심원석은 뭡니까..... 기껏 무대 위 양 옆에 배심원석이라고 관객을 모셔놓고 왜 모른척 하는데요?
소극장 연극이라 하면 가까운 거리에서의 호흡, 무대와 객석의 소통에 그 매력이 있는 건데 코앞에 배심원석 놓고 시선도 제대로 안주는 배우들하며, 배심원석 난간을 의자로 활용하질 않나 바로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질 않나........... 관객을 왜 배경 취급합니까. 그것도 무대 위에까지 올려놓고!

대극장 공연은 확연하게 '보여주는' 공연이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은 '교감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디테일이 다르다. 코앞으로 던지는 대사와 멀리 던지는 대사는 발성법부터 다르잖아. 어째서 관객이 눈앞에 있는데 저 먼 곳을 향해 내지르는지? 50미터 밖으로 던지는 감정이 10미터 이내의 관객들에게 파고들 수 있을까? 아니다. 적어도 전달되지 않았다. 함께 관극한 친구들 모두, 저 사랑에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모두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게 되어 한껏 들뜬 상태였고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아니어서, 사심없이 순수하게 공연을 즐길 자세가 된 상태였다. 그런 우리가 모조리 강 건너 불구경하듯 느끼게 하다니... 쓰릴미, 원래 이런 공연인가요? 심리묘사 탁월하다면서!

기대보다 평범하게 전개된 스토리는 원작의 탓이라 쳐도, 수많은 대사들이 나오는데도 무엇 하나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음악적인 대사의 템포는 좋다. 내가 본 중에 레시타티보를 이렇게 미끈하게 구사한 극은 드물 정도다. 하지만 의미의 전달에는 역효과였다. 음악극으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연기의 진정성을 드러내거나 관객과의 호흡을 맞추기에는 너무나 작위적인 리듬이었다. 대사(노래연기)의 리듬이 너무 꽉 짜여져서 정작 중요한 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어진 느낌.
이런 연출은 대극장용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지척에 관객을 앉혀놓고 자꾸 뭘 보여주려고 하지 맙시다. 보여주려고 하니까 자꾸 '척'하게 되고 '척'하다 보니까 진솔함이 안 느껴지고 결국은 배우도 관객도 아닌 연출의 향기만 남는 게 아닐까. 아마, 기왕 재연하는 거라면 색다른 공연을 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러고 싶다면 한팀에만 집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색을 그것도 다양한 팀을 통해 나타내려 하다니...... 극에 대한 재해석, 스타일에 대한 재해석만으로도 충분했을 의욕이 너무 넘쳤다. 한사람의 머리에서 아무리 다양한 색을 내봤자 한계가 있는데. 하나에만 집중해도 호불호가 갈리는 법인데. 연출가는 쓰릴미를 매니아도 아닌 리피터(Repeater)만을 위한 연극으로 만들어 버린 듯하다. 볼 사람은 이미 다 봤다고 생각한 걸까? 오만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들을 위한 사소한 재미에 공연컨셉을 맞춰선 안되지 않나. 여러번 보는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을 봐도 만족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의문이다. 내게는 이번 시즌에 더 보고싶은 욕구를 일으키지 못했다. 연출이나 배우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은 극이라, 다음 시즌에 다른 버전으로 또 한다면 볼지도 모르지만.

쓰릴미에게 바라는 방향은 둘 중 하나다.
관객과 소통하거나, 배우들이 진심으로 폭발하거나.
공연 초반이라 배우들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설레임까지 떨어지는 건 문제다. 나는 이게 거의 막공인 줄 알았잖아... 설레임이 없어서.

어쨌든, 극장 나들이는 즐거웠다~
하지만 어깨와 허리는 아팠고~ 같은 공연을 보고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다길래 좀 강하게 불평해 봤다. (감동하신 분들에게는 산통을 깨서 미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생하셨을 배우와 연출, 스탭 분들에게도 멋대로 말해 죄송하다. 여러분의 노고에는 무조건적인 박수를 보내는 바이지만, 관객으로서는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 솔직한 감상을 피력했고 계속 할겁니다.)
나는 정말이지, 마이크 없이 관객과 힘껏 부딪히던 20세기의 소극장 공연이 그립다.
그 시절의 소박한 진정성이 그립다.




http://www.thrillme.co.kr/index00.php

홈페이지에서 흘러나오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너무 맛깔스러워서 깜놀! 이거이거.... 이런 넘버인 줄 몰랐네....ㅠㅠ
노래도 연기도 소극장용으로 부탁해요......


끝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연기는 피아노♡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