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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공연.예술

길삼봉뎐과 태권무무 달하

by 와옹 2009. 10. 31.
공연복이 터졌는지 지난달 춤극[가야]를 필두로 이달엔 [태권무무 달하]와 [길삼봉뎐]을 봤다.
몇년만이야... 이게.
태권무무..는 태권무가 멋지고 재밌었다. 격파 등에서 춤같은 부분이 많아 정말로 태권무무武舞라는 느낌!
그러나 첫공연 후 1년간 다듬어진 노작(勞作)인데도 춤극 부분은 다소 늘어지고 몇몇 장면은 너무 직접적으로 처리되어(용이라던가) 아쉬웠다. 나는 붉은 깃발 춤이 제일 멋있었다능.

연우무대의 [길삼봉뎐]은 '아아.. 그래.. 연극 -ㅅ-;' 이라는 기분.
작가주의적이랄까, 난해하달까, 칙칙하달까, 재미없달까,
메시지로 똘똘 뭉친 느낌? 그랬다.

그리스 비극처럼 코러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멜로디가 느무 칙칙하잖소!!!!!!! 기분 나빠요. 그 곡조.
연출 자체도 실험적이고 어수선하고 절규와 혼란의 느낌만 강조해서 칙칙한데, 코러스가 아주 제대로 기름을 붓는다. 가사와 대사 전달도 그리 효과적이진 않아 살짝 고문이기도 했었다능.
코러스 못지 않게 가면을 많이 활용했는데 그것도 완전 칙칙! ...90년대 한국무용을 보는 듯, 시종일관 무겁고 너무 괴로워만 한다. (혹시 연출님 386 세대?) 신선한 연출 지점이 있었음에도 낡은 감각으로 다가온 것은 이런 칙칙함 때문인 듯.

이야기는.. 정여립의 기축옥사를 소재로, 민심이라는 유령 '길삼봉'을 찾는 과정에서의 무고한 죽음들과 비열한 정치판을 요즘 정국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길삼봉은 끝없이 출현할 것이다... 그러니 민심 무서운 줄 알라, 그런 거.
근데 그 뿐이다.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온갖 실험적인 연출들과 푹푹 가라앉는 코러스를 감내해야 하다니.
너무해.

코러스가 아예 판소리처럼 구성지거나 마당놀이처럼 밝았으면 어땠을까?
비극을 말하는데 밝은 코러스라면 훨씬 더 풍자적이지 않을까?
꼭 그게 아니더라도 1시간 40여분의 공연 내내 웃을 지점이 없다는 건 좀 너무하다.
기축옥사가 한스러운 사건이었고 현 시국도 답답한게 많다는 건 다들 안다.
그 다 아는 것을 설명하느라 전력을 다한 느낌이 든다.
그것도 코러스와 안무와 가면의 죽을 것 같은 칙칙함까지 동원해서 말이야.

난해함과 실험성과 진지한 탐구를 사랑하는 분위기가 연극판엔 있고, 나 역시 그런 시도들을 좋아하지만,
그 전에 좀 재밌었으면 좋겠다.
요즘같은 세상에 극장에서까지 착잡한 역사 다큐를 보고싶진 않으니깐....
그래도 배우와 스탭들의 노고엔 박수를 보낸다.
태권무무..도 길삼봉뎐도. 잘봤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