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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집요

후지와라 타츠야의 영화들

by 와옹 2010. 4. 25.
후지와라 타츠야.
데스노트와 배틀로얄로 알려진 배우.
내게는 [신선조]의 (인정할 수 없는 미소년 ㅠㅠ) 오키타 소지로 기억된 배우.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먼저 봤건만 기억도 희미한 그 아이.
어디선가 얼핏 본 연극의 절규씬이 놀라웠던 아이.
15세에 오천오백대 1 경쟁을 뚫고 뽑힌 연기 생초보가 '조금 설명해주면 바로 연기가 되는 천재'였다나 뭐라나. 이따금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고 생각되는 배우지만(왜 천재 소릴 듣는지도 알겠지만), 내 취향이 아닌 연기나 외모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 가끔씩 미친듯이 이 아이의 출연작을 찾고 있더라는 이야기. ㅡ.ㅡ

이번에도 배틀로얄을 보고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데- 묘하게 인상에 남아 스톡힝질을 해보았다.
데스노트를 포함해 최근 며칠간 본 것들. (징하다... 밀린 영화들이나 좀 보지...)


배틀로얄 (2000)

누군가 그랬다. 쓰레기 영화라고.
그러면서 한번 보라고 했다. 볼만하다고. -_-;;;
그게 무슨 뜻인지 보고 나니 알겠다.
영화는 재미있다. 나름대로 의미심장하려고 한 노력도 인정한다.
단순한 B급영화로 머무르려 하지 않은 의미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내 엄지를 치켜든 건,
내 생애 최고의 페이크 오프닝!
크하하하하....;;;;;;;;
B반인지 E반인지 알게 뭐람.

빨간 피 나는 생물들을 도륙하는 영화는 내겐 좀비물과 더불어 애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 T-T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조금만 더 깊이 있었다면 애정했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데스노트 쪽이 깊은 듯하다.


그러나 데스노트 (2006)........이것도 깊다고 하기엔 좀...
영화만의 결말을 내려고 좀 무리한 느낌. (이하, 살짝 스포일러 있음)

라이토가 이성적인 편이 정의의 살인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에 더 좋았을텐데. 이건 뭐 미친놈... 이렇게 주인공을 변형시켜 놓으니 캐스팅에 대한 불만이 쏙 들어가 버린다. 라이토의 비주얼 이전에 캐릭터가 너무해.

L의 결말은 영화와 만화가 다른데... 영화 쪽이 재미는 있지만 논리가 다소 명쾌하지 않다. 사신이 노트를 쓰는 부분이 이리 저리 끼워맞춘다 해도 명쾌하지 않아...

게다가 잘 나가던 선과 악에 대한 화두는 단죄로 끝나는데, 그 마무리 또한 찝찝하다... 나 정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마치 전쟁을 미화해서 덮어버리는 일본의 현주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주 찝찝. 이 영화의 한계는 눈 내리는 엔딩이다.나 참... 어이없어서...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고 진실이 덮어집니까. 있던 게 없던 게 돼? 남은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자는 값싼 휴머니즘이라니. 현실을 직시하란 말이돠 이것듀라!

하지만 비틀린 라이토와 요상한 결말만 빼면, 영화 자체는 재미있고 흡인력도 좋고 상당히 원작을 잘 살린 편.
류크와 렘을 완벽 재현한 CG는 지금 봐도 아주 훌륭하다.


 카이지:인생역전게임 (2009)

워낙 혹평이어서 안 보려다가 원작의 정(?)도 있고해서 후루룩 봤는데, 뭐야? 재밌잖아! ㅋㅋㅋ
카이지의 초반 게임이 재미있었던 내게는 에피소드의 선택이 베스트라 여겨졌고, 치열한 심리게임이 단순하게 처리된 것도 마지막에 몰아주기 위한 고육책이었겠지, 알아서 납득했다.
심리게임보다는 루저의 관점에 주력한 듯한 전개.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이 만화는 얼핏 보기엔 어이없을 만큼 과장되고 잔혹한 게임 투성인 것 같지만 대단히 철학적이고 곳곳에 상징이 가득한 명작이닷. 그림이 맘에 안들면 못보는 내게 [기생수]랑 [총몽]이랑 [카이지]만은 예외일 정도로 좋다! (그러나 구입은 안한다. 그림 때문에...;;;;;;)
살짝 군국주의 냄새가 나거나 과도한 승자의 논리가 나오다가도 결국엔 있는 힘껏 부정하는 원작의 철학이 좋다. 그리고 이 정도면 영화에서도 잘 살린 듯하고.
E카드 게임을 대미로 장식한 것은 주제면에서 좋은 선택이었고, 엔딩도 마음에 든다. 아마미 언니께서 왜 이런 영화에 나왔나 했더니... 괜찮은 작품이었단 말이지.

 남역 포스 죽지 않은 아마미 유키.
 
근데 이 지하세계... 너무 친절하게 다국적일세. (냑하몰이 뭐야. 상점가냐...;;;) 
중간에 한국사람이 제대로 된 패배자의 모습으로 활약해주시는데,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교포들의 존재가 (여러가지 의미로) 크긴 큰가보다 싶은, 복잡한 기분은 들었다. 그래도 뭐, 발성이랑 발음은 좋던뎅. ^^



참으로 찌질했던 카이지. (이 장면 리액션 쵝오~)
뭐, 비주얼은 타츠야군이 너무 잘생기게 나올까봐 걱정이었는데, 일부러 감량한 건지 얼굴이 쪼글쪼글 제대로 찌질해주신다. 제일 인상 깊었던 연기는 맥주 마시고 쥑인다~!!! 할 때. 아 진정, 노숙자 삘 충만하심. T^T 부라보~♡


문라이트 젤리피쉬 (2004)

이 영화도 의외로 좋았다. 소설 원작이라는데...
햇빛을 받으면 위험한 색소건피증(XP)을 앓는 남동생과 그 형의 이야기다.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영상과 나레이션. 스토리는 드라마처럼 편안하게 흘러간다. 한편으론 야쿠자는 이런 스토리밖에 안되는 거냐는 불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현실적이어서 좋다. 러브스토리는 감정이입하기엔 너무 짧게 그려졌지만 이해할 수 있었고. 하지만 이 영화, 절대로 편집상은 못받을 영화. 뚝뚝 끊기는 화면에 여러번 놀랬네.

문라이트는 달빛. 색소건피증 환자를 문라이트 차일드라고 부른다 하고.
젤리피쉬는 해파리. 힘이 없어 스스로 헤엄치지 못하고 부유하는 해파리 역시 빛을 받으면 못 산단다.
두 단어가 결합된 문라이트 젤리피쉬가 만들어내는 뉘앙스처럼, 두 형제의 삶은 필사적이지만 무기력하게 흘러가고 결코 빛을 향하지 못한다. (쓰고보니 이거 상징이 정말 죽이네. 그런 내용이거든!)
암울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안타깝게 풀어낸 작품. 마지막엔 눈물이 좀 맺혔다. (맺히기만..)

왜 이런 무력한 인생 이야기를 해야 했을까 보는 내내 자문했는데, 역시 반어법이랄까... 주인공들의 삶이 안타까우면 안타까울수록 한 번뿐인 인생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 아프지만 두 형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괜찮은 영화였다.



뒷맛이 불편하지 않은 건 [카이지]와 [문라이트 젤리피쉬], 가장 무난히 재미있는 건 [데스 노트]였다.
후지와라 타츠야 군은 전 타석 절규함.
갈수록 절규의 발전이 느껴짐. 푸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