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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2008)

by 와옹 2010. 4. 23.
이제야 봤다. 하하하.
개봉 당시엔 원작만화와의 갭이 너무 큰 것 같아 외면했다가 친구의 추천에 챙겨본 결과, 
괜찮다. 꽤 마음에 들었다. ^^

원작파괴라는 분개도 이해가 갈만큼
만화와는 완전히 별개 이야기란 느낌에 전혀 다른 색깔을 내지만, 어설픈 뮤지컬 흉내에 살짝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이야기나 대사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지만,
상황의 연결이나 연출은 독특하고 좋았다.
색채감도 세련되어서 시종일관 경쾌하게 보는 맛이 있는 영화. 그리고 다 보고난 뒤 오롯이 감독만 떠오르는 영화.
장르는 다르지만 놈놈놈과 비슷한 인상.

마침 시나리오가 있길래 대충 훑어봤는데, 최종고가 아닌가? 영화랑 갭이 상당하다. 저런 영상은 어떻게 시나리오에서 표현했을까가 궁금했건만, 감독과 현란한 편집의 승리였나보다. 얼핏 봐도 시나리오는 좀더 많은 설명을 담고 있었고, 뒤섞인 장르의 감각은 이질적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좀더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영상 쪽이 훨씬 쿨하고, 톡톡 튀고 독특했다.

말하자면 이것은 민규동 감독의 영화, 요시나가 후미도 시나리오 작가도 관객의 것도 아닌 그의 영화다.

이제는 원작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에게도 주인공 캐릭터들의 변형은 낯설 정도다.
기본적으로 신비로운 데가 있는 꽃미남 베이스의 네 인물을 정말 제대로 현실적으로 또 한국적으로 바꿔놨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 기분좋게 앤티크 월드를 즐길 수 있었다, 내 경우엔.
(아마 개봉 당시 봤다면 욕을 욕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

일단 주지훈이 너무 멋있었고, 마성의 게이님도 가끔씩 예뻤고, 무엇보다...............
이 영화, 비주얼을 공략할 줄 안다니까!!! 으하하하;;;;;;;
원작만화를 사뿐히 무시하면서도 순정만화에서 기대하는 꽃미남 비주얼을 제법 살렸다. 그것도 대놓고가 아니고 은근하게, 휙 지나가는 장면에서 툭툭 던진다니까~~.

어쨌든 주지훈! 누가 발연기래! ㅋㅋㅋ
다른 작품은 안봐서 모르겠고.. 이 영화에서만큼은 꽤나 좋았다~. 매력적이고 개성있고.
거의 주지훈의 매력으로 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는데, 호연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게 보이는 이유는 극의 감정선 때문이다...
산만하고 실낱같이 이어지고 갑자기 과잉되는 저 감정선을 어쩔꼬. ㅠ.ㅠ
영화는 인물의 매력과 개성을 보여주기엔 충분했지만
내밀한 심리표현은 역부족 정도가 아니라 태부족이었다!
클라이막스가 어딘지도 모르겠는 걸....;;;;;

그치만...
놈놈놈처럼 이 영화도, 내러티브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니깐.
독특한 감성을 현란한 케잌 데코레이션처럼 휘리릭 펼쳐 내보인 것으로 충분한
소비적인 만족감을 주는 영화랄까? 
그리고 거기엔 아픔을 웃음으로 덮는 사장님(주지훈)의 캐릭터가 큰몫을 한다.
그런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냥 가볍지만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가볍든 말든;;)
사장과 파티쉐 이외의 양과자집 남자들은 희생되다시피 한 캐릭터가 되었지만...
원작의 미묘한 동성애적 분위기는 전혀 살리지 못했지만...
뭐 어때? 다르면 다른대로.
이 영화는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디저트같은 영화니까
그렇게 보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거다.

큰 기대는 말고 원작은 잊기.
쉼없이 지나가는 영상에 신경 곤두세우지 말기.
그냥 잘 모르는 팝송이나 샹송을 듣는 기분으로 즐기기.
그렇게 보면
낯설지만 매 장면이 굉장히 섬세한 상황들로 꽉꽉 채워진 영화.
그러나 어떤 의미를 갖기보다는 소비되기 바쁜 그 장인의 공력이
마치 먹으면 그만인 아름다운 케잌처럼
허무해도 만족스러운 그런 영화를 만날 수 있을 듯.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영화인데, 내겐 간만에 꽤나 즐거웠던 영화다♡
대충 봤던 일드가 다시 보고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