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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책벌레/리뷰라 치고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 자살가게

by 와옹 2010. 2. 20.
두 권의 소설을 읽었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책장 정리 차원으로 팔아버리려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읽기 시작, 꽤 재미나게 읽었다.
미우라 시온이 역자가 흥분한 만큼 돌풍을 일으킬 힘은 없어 보였지만, 교텐이라는 캐릭터는 재미있고 매력적임에 분명했다. 약간 순정만화 같은 주인공이랄까?
문체도 조금 장난스럽고 가끔 멋진 사색을 안겨주며 무엇보다 깃털처럼 가볍다. 그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자 한계.
글 전체의 분위기가 일상적인 풍경을 물씬 느끼게 해주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심상치 않아 즐거웠다. 사건은 격렬할 정도인데 전체적으로는 잔잔해서, 결정적인 액션 씬은 휙 넘어가는 느낌이다. 가벼워 좋으면서도 아쉬운 건, 이런 한발만 담근듯한 소설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자살가게>는 프랑스 작가 장 튈레의 소설로,
팀 버튼의 영화나 [델리카트슨 사람들]에 비유될 만큼 블랙 유머로 가득하다.
자살 도구나 방법에 대한 발랄한 상상력은 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데(폭소는 절대 아니다. 미소..), 오히려 알랑에 의해 모두가 희망에 가득차게 될수록 유머는 빛을 바래는 듯하여 아쉬웠다. 머피의 법칙 처럼 부정적이다 못해 긍정의 반어가 되는 유머가 빛났기에, 대놓고 긍정을 추구하는 중후반은 진부한 느낌마저.

즉, 이 소설은 찝찝한 비극에 두 발을 딛은 유쾌발랄함이었던 게지.
그 찝찝함의 최고봉은 마지막 한줄이 틀림없다...!
정말로.........이 뭥미? 싶은....... 간만에 프랑스 영화의 엔딩을 본 듯한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나의 짜증은 단 하나! 대체 그 엔딩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렇게 저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뭐든 찝찝한 엔딩이라는 건 분명하다.


결국 이 두 소설은 모두 가볍고 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는 점에서 닮았고 비슷한 약점을 드러낸다.
가벼움. 인생에 대한 가벼움이다.
벌어지는 사건이 자극적일 수록 상황이 기괴할 수록(그렇다고 뭔일이 펑펑 터지는 것도 아니지만) 성찰의 가벼움이 아쉽다. 기본적으로 이 작가들은 인생을 관조적으로 보고 톡, 건드려서 "어때?"하고 묻는 타입이다. 김경욱의 단편소설집 [위험한 독서]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좀 받는데, 성찰의 깊이는 김경욱>미우라 시온>>장 튈레 순인 것 같다.
그리고 얄팍해서 당한 느낌이 드는 건 단연 <자살 가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