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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중3 피정의 추억

by 와옹 2012. 1. 19.
(출처는 몰라요)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성당 피정(=수련회)은 중3때.
짝사랑한 선생님이 있었으며 (마지막에 땀에 절어 품에 안겼다능...-_-;;;;;)
같은 조 선생님에게 '산처럼 듬직하다'는 말을 들었으며
대모가 되어준 조장 언니를 만났으며 (아.. 언니,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ㅠ.ㅠ)
한살 아래 여자아이에게 "언니, 의외로 여성스럽네요"란 말도 들었던, 추억의 피정.
그러니까, 나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나의 생각과 커다란 온도차를 보여서,
백프로 여성스럽게 보여지는 지금도 깜짝 놀라지만 그 당시의 선머슴 이미지도 내 예상을 웃도는 것이었다.
언제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답게 보여질까? 음... 미스테리.

하여간 그때 피정에서, 한가지 사진을 골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손 빠른 언니오빠들이 예쁜 사진 다 골라가고... 남은 사진 중에 눈에 띄는 건 허수아비 사진 뿐이었다.

저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였는데, 들판 한복판에 홀로 선 모양이 좀더 쓸쓸하고 오롯한 느낌이었다.
왜 그런 사진을 들었냐고 다들 의아해 하는데 (활발한 선머슴 이미지의 아이가 허수아비같이 무력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들었으니..)
순간적으로 끼워맞춘 말이 내 생각에도 참 그럴듯했다. ㅎㅎㅎ


'세상이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아도
이 허수아비처럼 꿋꿋하게 내 길을 가며 내 목소리를 내겠다.'



펜을 꺾지 않겠다......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꽤나 좌중이 감동했더랬다.
^^;; (그때만 해도 말발이 사기꾼 수준...;;;) 
파란만장하게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넘실거리는 파도와 싸우는 해적들의 모험같은 건 어차피 불가능할테니,
그냥 현실 속에서라도 파란만장하게 살고싶었다.
돌이켜보면 파란만장은커녕 밋밋한 인생이었고
이제는 그냥 순풍에 돛단듯이 슝슝 나갔으면 좋겠지만^^; 당시엔 그랬다.
그러한 마음이 골라낸 사진이었겠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아주 조금은 저 허수아비와 닮은 듯하여 놀랐다.
편한 길로 대충대충 살아온 것 같지만 스탠다드는 아니었던 선택들.
어린 시절부터의 어떤 마음이 지금까지 관통해왔구나 싶어
조금은 찌르르하다.
앞으로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좀 더 동적이고 즐거운 사진이면 좋겠다.
왁자지껄한 모습으로, 기왕이면 푸르른 풍경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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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9에 썼던 포스팅이다. 이걸 쓸 때만 해도 나는 몰랐다.
저 위에 안부를 궁금해했던 조장 언니... 그 언니의 소식을 듣게 될 거라고는.
게다가 무려, 저 무렵 만난 내 친구 션션션의 오랜 친구라는 경악...ㅋㅋㅋㅋㅋ  (션! 보고 있나?)
이제 못 만나. 어딨는지 알아도 절대 안 만나...;;;;; 족보의 엉킴을 방지하기 위하여...!
 ^-^; 하여간 놀라운 인연!!! 세상은 좁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