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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열차

안개 낀 밤

by 와옹 2009. 1. 18.



귀가길. 정류장을 놓쳐 논밭이 펼쳐진 곳에 떨어졌던 적이 한번.
그때는 이사 온지 얼마 안됐을 때라 그렇다 쳐도.
그저께 밤에 또 정류장을 놓쳐버렸다.
시퍼런 농협 간판이 보이길래 아차 싶어 기사 아저씨께 정류장을 물었고 (난 농협에서 서는 줄 알았다) 아저씨는 길바닥에 나를 떨구셨다. 근데...
농협은 간데 없고 그저 휑한...휑~하니 아무것도 없는 길바닥이었다.
내렸던 눈이 녹아 낮게 깔린 안개와.. 미끈미끈 축축한 바닥.
재생고무바닥이 축축해지니까 꿀렁꿀렁한게 이 세상이 아닌 감각이었다!

농협도 안 보여 길 다니는 차도 행인도 안 보여... 당연히 이쪽 방향임에도 혼란에 빠진 나는 (길치)
버스정류장에 오롯이 앉아있는 긴 생머리 여인(대학생쯤?)을 발견한다.
길을 물었더니 해맑게 모른다 하는 여인... 뭐지요...? 이 시간에(12시가 다 된 시각) 이런 곳에서 혼자 버스를 기다리며 길도 모르는 이 여인은?! (이 동네 산지 5년째인 나는 더 할 말 없지만;;)

여튼, 안개 낀 도로 호젓한 버스정류장의 여인이 내뿜는(?) 묘한 분위기를 벗어나 겨우 집에 돌아왔을 때,
뭐랄까...
스티븐 킹이 왜 Mist란 소설을 썼는지 알 것 같은 묘한 느낌이 있었다. 안개 낀 밤이란..
몽환적인 분위기의 버스정류장도 그렇고..
쪼꼼 무서웠지만 재미났던 불시착이었다. 히히.

(그래요 별 얘기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