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얄팍해요~문화생활

<프랙티스 The Practice> season 8

by 와옹 2008. 3.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Practice (일명 보스턴 저스티스) 1997-2004
8시즌 2004/ 미 ABC

진작부터 명성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찾기가 어려웠다.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스러져가던 명성을 제임스 스페이더의 투입으로 되살린 시즌이라고도 하고, 제작비 탓에 주요인물을 대거 6명이나 갈아치웠다고도 하고, 제임스 스페이더의 주연급 기용에 회의적이었다고도 하는, <프랙티스>의 8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작.

출연진 얼굴을 보고싶다면 여기로 가셈. 엘레노어부터 타라까지 상위 6명이 8시즌의 주인공이다. 바로 밑에 나오는 바비 도넬은 이전 시즌의 핵심인물이었던 것 같으나 우정 출연에 그친다.

이 드라마는,
연출과 각본가 명단이 캐스팅 명단만큼이나 길다. 뜨헉.
이야기성(Narrative)을 제껴놓고 본다면, 무수한 머릿수만큼 만족스런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잠깐, 시즌8의 새얼굴인 제임스 스페이더를 소개.
이 사람의 소싯적 얼굴은 뽕맞은 꽃미남 풍으로 몸매도 아주 늘씬하셨다.
출세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비롯해, <하얀궁전> <크래쉬> 등등 섹쉬한 이미지로 많이 알려진 듯하다. (나는 저 영화들을 하나도 안봐서...ㅡ..ㅡ)

그랬던 그가, 프랙티스 시즌 8에선 살집과 관록을 더하며 오묘한 개성을 뽐낸다.
약 먹은 듯한 공허한 눈망울에 각본의 요상스런 캐릭터가 더해져, 요샛말로 '똘끼' + '꽃미남의 흔적' + '타락한 유머' + 될대로 되라는 '여유(?)' + '뻔뻔함' + 혹자의 표현을 빌자면 '가슴 속에 사막을 지닌' + '모성애를 일깨우는 자멸적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이다.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라고 할까 캐릭터)도 좋았지만, 워낙에 각본 자체가 그가 연기한 앨런 쇼어란 인물 위주로 쓰여졌고, 그래서 터줏대감 주역들에게 살짝 포커스를 옮기는 후반부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마무리를 위한 급수습 같은...?

<프랙티스 The Practice>는 형사소송, <앨리맥빌>은 민사소송을 다룬 법정드라마라고 한다. 뭐, 나는 두개를 잘 구분 못하겠다..;;
프랙티스 시즌 8은, 정의와 정직을 내세우는 형사소송 전문 로펌에 불법적이고 더러운 수를 잘 쓰며 성격은 막나가는 민사소송 전문가 앨런 쇼어가 오면서 빚어지는 이야기이다. (앨런 쇼어는 이후에 <보스턴 리갈>이라는 스핀오프 드라마의 주역으로 생명력을 잇는다. <보스턴 리갈>이 프랙티스와 앨리맥빌을 섞은 듯하다는 평은 앨런 쇼어라는 캐릭터가 갖는 교집합 때문이다. 민사와 형사 뿐 아니라 작품의 무게감에서도 앨런은 중간지점에 있다. 또, 보스턴리갈과 앨리맥빌의 각본가가 프랙티스의 원안을 썼다는 공통분모도 있다.)
하지만 내게 형사냐 민사냐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보다 더 재미있는 갈등은 '정의'에 관한 시각차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투의 앨런 쇼어는, 사실은 법적인 윤리보다 의뢰인의 윤리를 우선시하는 변호사다. 반면 (프랙티스의) 터줏대감들은 법의 윤리 안에서 의뢰인의 윤리를 수호한다.
따라서 둘 다 정의롭다. 그러나 둘 다 곧잘 패한다. (단순히 승소와 패소의 문제라면 앨런 쇼어는 거의 이기지만, 신념의 좌절이란 면에서는 그렇지만도 않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물음이 따라다닌다.
법이란, 국가라는 사회 전체를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개인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개인과 국가가 대립하게 되면 법률은 종종 모순에 부딪힌다. 과연 무엇이 정의인지, 누구를 위한 정의인지, 변호사도 판사도 시청자도 아리송한 상황이 드라마에서 거듭된다. 앨런 쇼어라는 비도덕적 불법행위를 일삼는 타락한 변호사가 부도덕한 인물로 비쳐지지 않는 것은, 그가 '개인'에서 출발하는 지극히 인간적인-다분히 미국적인- 도덕관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그가 밉지 않다.
이 드라마가 법률적으로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재판의 결과들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억울한 패배, 공허한 승리, 그리고 법률이나 지역사회, 심지어 의뢰인에게도 이용당하는 변호사들. 그들의 감정은 완전히 해소되지도 매끄럽게 다음으로 연결되지도 못하지만, 그런 가운데 당면하는 각각의 사건들은 하나같이 치밀하고 훌륭한 이야기이며 주인공 개개인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래서 현실적인 기분도 들고.

앨런 쇼어가 고향에서 벌이는 편견 가득한 재판은(13-15화) <옥문도>에서 이웃집 수저 갯수까지 아는 폐쇄적인 지역사회에서의 수사가 제일 어렵다던 대목을 떠올리게 하고, 유명배우의 아내 살해혐의를 다룬 에피소드(1-4화)는 OJ심슨을 연상시킨다. 로마(집시)의 조혼관습을 다룬 에피소드(9화)는 편향된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 시각에 휘말려 보면서 울분을 토했고;;;(하지만 한국인이 문화 차이로 겪은 불평부당한 판례들을 떠올리면, 좀 더 확장된 시선으로 다뤄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게스트로 출연한 샤론스톤(1-4화)과 윌리엄 샤트너(17-22화)의 연기는 뚝뚝 끊기는 작품의 내러티브를 스리슬쩍 감춰줄만큼 빛났다. (둘 다 에미상 게스트상인가를 받았다)

앨런 쇼어 얘기만 많이 했는데, 프랙티스의 터줏대감 캐릭터들도 개성 있고 좋다. 특히 앨레노어는 볼 수록 멋진 아줌마~. 까까머리 고지식한 유진 영에 (별 차이도 없어뵈는데) 뚱뚱하다고 놀림받는 지미, 개중 무능력하게 나오지만 똘똘하고 착한 여자 제이미.. 하지만 프랙티스 시즌8은 앨런 쇼어가 가장 돋보인다. 그래서 즐겁기도 하고 다채롭기도 하고 시리즈의 결말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