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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몸매를 찬양하세

by 와옹 2008.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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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탄생.
보라, 아프로디테의 몸매를! 종아리만 빼면 이기적인 데라곤 한군데도 없다.
이것이 '미의 여신'인 것이다. 신화 속의 아프로디테는 다산의 상징도 아니건만, 남자들이 그리도 쌍심지를 켠다는 잘록한 허리 라인도 없으시다.
1940년대에 미쩍 마른 모델이 출현한 이후 마른 체형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고전적인 미인 몸매가 아닌, 현대적인 미관념이란 말씀. (물론 그 전부터 코르셋으로 뼈가 부러져라 조이긴 했지만)
적어도, 최근의 S라인이 누구나 '가능하다고' 믿고 지향한 몸매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옷으로 속일지언정.
"운동을 하면 군살이 안붙으니까 자연히 그런 몸매가 돼요."
거짓말 마시라. 그럼 운동선수들은 다 S라인이어야 하게?
특히 연예인들이 애 낳고 하는 "모유 먹이고 애 키우다 보면 살 빠지던데요"란 말은 장사꾼들이 남는 거 없다는 말 만큼이나 순도 높은 거짓말이다. 체질에 따라 살은 쉽게 빠질 수도 있지만 S라인은 안 된다.
소나무양의 경우, 아이 낳고 매일 춤추고 1시간씩 걷기 운동 따로 하고도 안 들어가던 늘어진 뱃살 1인치가 수년 후 합기도를 병행하면서 들어갔다고 기뻐했다.
운동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나는 저 여신들의 몸매를 숭앙하는 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운동하면 바로 빠지는 복 받은(?)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이 하기 싫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장 살이 쪘던 시기는 59kg이었고 가장 말랐던 때는 51kg이었다.
중요한 건 51kg일 때 거의 탈진할만큼 몸을 움직였다는 점이다. 체지방률은 정상이거나 다소 적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 볼은 통통했고 허리 아래는 튼실했다.
사람들은 161cm에 49kg면 적당하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51kg일 때도 힘들어서 기절을 했단 말이다!
운동은 기분 좋을 정도로만 하면 족하다.
운동 열심히 한다고 다 연예인처럼 늘씬해지지 않는다. 그건 비정상적인 몸매이기 때문에.

애시당초 왜 연예인같은 몸매와 외모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만큼 연예인 해먹기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
일반인들이 기를 쓰고 예뻐지니까 더 예뻐지려면 칼질해서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구.
유지비도 만만찮다는데, 벌어서 뭐가 남겠나. 그러니까 몸값만 미친 벼룩 뛰듯 올려놓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뭐가 원인인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과 예뻐지려는 열망은 거의 발광의 지경에 이르렀다. 죽어라 영어 해봤자 네이티브 만큼 못하고 죽어라 다이어트 해봤자 시술의 은총이 함께하시는 연예인 만큼 안 예뻐지건만. 왜 다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할까?
누군가가 "퍼진 몸매는 자기관리를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한 이후로 그것이 진실인 양 받들어지고 있다.
그거 누가 통계 내봤냐고. 바쁘게 댕겨도 달걀 몸매인 사람, 나 많이 봤다...

"군살이 빠지면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생겨요!"
그리하여 성공하는 인생이 될 것만 같지?
확실히 살이 빠지면 몸이 가벼워서 자꾸 돌아다니게 된다. 활력이 더해지고 즐겁고 남 보기에도 근사하다.
하지만 살이 쪘을 때 갖는 푸근함은 잃는다.
약간의 포기가 주는 즐거움, 좀더 다른 것에 신경을 돌릴 수 있는 여유.
이것이 날렵한 삶보다 가치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지나치게 살이 찌면 성인병에 걸리고 귀차니즘 속에서 우울증도 걸리고 하겠지만,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살이 빠지면 힘이 없어 오히려 자신감과 활동량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생긴다.
이러나 저러나, 엎어치나 메치나, 그게 그거다.
그냥 적당히 살찌고 적당히 살 빼며 살자.
누가 "나 살쪘지?"하고 물으면 아니란 말을 원하는 거니까 "괜찮아!!!"라고 대답해 주고,
누가 "나 살쪘어?"하고 끝을 올리면서 물으면 몰라서 묻는 거니 솔직히 대답해 주자.
그리고 웬만하면,

여신의 몸매를 찬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