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두권을 읽다가 시들해져서 위에 두권을 읽고 있다.
나름의 연결성이라면 밑에 두권은 옛이야기이고
위 두권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 깊은 이야기다.
<마도조사>는 필력과 캐릭터 표현이 무척 좋은데, 듣자하니 남경대 문학전공 대학생이라고.
대학생다운 발랄함이 곳곳에 보이는데 인물에 대한 이해는 그 나이답지 않게 통찰력 있다. (아니 나이가 뭔 상관이겠냐마는... 일반적인 대학생보다 뛰어나다는 대충 그런 편견.)
2권 중간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진 BL은커녕 로맨스도 안 나온다. (약간 낌새만 줄 뿐..) 그래서 재밌기도 하고 덜 흥미롭기도 하다. 드라마(<진정령>)가 16년 전후를 (초반만 빼고) 순서대로 쭉 이어붙인 것과 달리, 소설은 현재의 이야기에 16년 전 과거가 그때그때 끼어드는 형식이라, 드라마 후반부의 내용이 일찌감치 나와 조금 당황스럽다. 그리고 소설 대사를 그대로 옮긴 게 많아서 드라마를 여러번 보고 읽으면 재미가 없다... ㅋㅋ
뜻밖에 굉장히 잘 써서 기대를 갖고 읽다보면, 어느 순간 '아, 그냥 재미로 쓴 글이구나'를 느끼게 된다. 궁금해서 들춰 본 4권은 또 너무 BL 일색이라 당황스럽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현재는 관심 밖.
<플래너리 오코너>는 애정하는 현대문학의 세계문학단편선인데 션션냥의 추천으로 오랜 장바구니 신세를 청산하고 내 곁에 왔다. 맨 앞에 단편 하나만 읽고도 가슴을 흔드는 게, 정말 대단하다. 그 짧은 이야기로 인물에 대한 엄청 많은 것을 알려주고 그 감정에 동화시켜 긴장감마저 일으킨다. 무엇보다 책이 안 읽히던 때에 술술 읽히게 만드는 필력이 짱. 애정하는 단편집이 될 듯하다.
<모든 용서는아름다운가>는 가해자가 뉘우치면 피해자가 용서할 수 있는가, 아니 용서해야 하는가를 묻는 책으로, 초반 1/3 정도는 죽어가는 나치 대원의 참회를 받았던 저자의 경험담이 실려있고 그 뒤는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한 저명인사(라는데 나는 잘 모르겠는 사람들)의 기고 글로 이루어진다. 경험담 부분이 흡인력 있고 그 뒤는 솔직히 잘 안 읽힌다. 결국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 고만고만해서. 감탄할 만한 의견이 언제쯤 나올까 하며 조금씩 읽고 있다.
<조선의 9급관원들>은 자료용으로 읽던 건데 <조선의 뒷골목 풍경>류의 서민생활 탐구서(?)로 내용도 괜찮다.
사실 이 책 밑에는 <감정의 혼란>이라는 소설책이 한권 더 깔려있다. 이 책도 션션냥 추천인데 아직 못 읽었다. 예쁜 보라색 양장인데 완전 까먹고 있었닼ㅋ.
더듬더듬 띄엄띄엄 읽는 게 다행인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