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 125분
일본, 미스터리 법정(?)드라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시게모리 변호사 역), 야쿠쇼 코지(살인범 미스미 역), 히로세 스즈(피해자 딸 사키에 역), 요시다 코타로, 사이토 유키, 미츠시마 신노스케 외
한마디로... : 30년 전 아버지가 선처한 살인범이 저지른 2번째 살인을 아들이 변호하면서, 거듭된 증언 번복 뒤에 숨은 사건의 진실을 추궁하는 이야기....인데 진실 안 알랴줌!
이런 <마더> 같은 영화를 봤나. ㅋㅋㅋ
봉준호의 <마더>처럼 다 본 후에 진실이 뭐냐는 패닉에 빠지게 되고, 이리저리 곱씹으며 아 그게 그건가 보오 아니면 저걸 수도 있겠구료 하게 되는 영화. 그 안에서 살인을 둘러싼 정의의 통념(살인자 나쁜놈 피해자 착한놈)에 대한 허점과 진실에는 관심 없는 사법체계의 비인간성, 살인이 '심판'이 될 수도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는 영화. 근데, 그래놓고, 아냐 이 모든 게 다 새빨간 거짓말일 수도 있어 진실은 나도 모르겠당~하고 끝나는 영화다 ㅋㅋㅋㅋㅋㅋ
※ 이하, 스포 생각 않고 막 쓰니 주의
극 초반에 사고 친 딸래미가 시게모리에게 경찰서에서 운 건 연기였다고 하는 대목에서 대충 낌새 채긴 했다... 하지만 연기력 겁나 갑이신 야쿠쇼 코지 님께서 희번득한 살인마 얼굴을 했다가 갱생한 착한 사람 얼굴을 했다가 나중에는 아무도 내 말 안 믿는다고 억울해 하는 걸 보면 진짜로 아 뭐가 진실이야? 빡치기 일보직전까지 간다 ㅋㅋ 연기가 다 너무 설득력 있으니까 살인범인지 아닌지 동기가 이건지 저건지조차 헷갈리잖아요!
뭐, 어쨌든.
판사였던 아버지가 30년 전 (불우한 환경을 이유로) 선처한 미스미를 아들 시게모리(후쿠야마 扮)가 변호하게 된 인연, 1
하필 시게모리와 딸래미 관계가 미스미와 딸래미 관계처럼 비슷하게 소원하다는 공통점,
같은 홋카이도 출신에, 세상엔 죽어 마땅한 인간이 있다고 믿는 가치관 등이 두 주인공을 동일시하게 만드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교감인지 착각인지 모를 연대감이 생기고 시게모리는 미스미를 믿어버리게 된다! (초반, 의뢰인을 이해해서 뭐하냐고 말했던 시게모리가 변했어요~)
그래서 드디어 살인의 동기와 살인범 미스미를 이해했다고 믿었는데... 믿으면 곤란해~ 해버리는 미스미.
"저 혼자 그렇게(믿고 싶은 대로) 믿은 거라고요?"
황당한 시게모리는 역시 황당한 관객을 위해 뭐라도 한마디 한다는 게 더 미궁 같은 얘기를 해버린다.
"그 말은... 당신은 그냥 그릇이라고요?"
뭔 소리야!!!!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대충 또 이해된다는 거. 특별한 동기 없이 영혼 없이 그냥 '죽어 마땅한 인간'을 죽인 살인객체일 뿐이냐.. 뭐 대충 그런 의미리라. (이 그릇 대사가 앞에 한번 나왔었다고 한다. 난 뭘 본 거냐...)
정말로 미스미가 영혼 없는 살인자이든, 주인공의 추측처럼 가슴 찡한 헌신의 살인자이든, 그 결과 누군가는 구원되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진실을 바라보면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익숙하다면 익숙한 열린 결말이다. 그런데 고레에다 감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꼬아버린다. 그렇게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진실을 예단하고', '못 본 척하고', '누군가를 살인으로 심판하는' 법정(이자 이 세상)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다. 미스미의 살인을 포함해 사형이라는 세번째 살인까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2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감독은 꾸준히 묻는다. 어쩌면 두번째 살인은 시게모리의 부친이 첫번째 살인을 선처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추하든 아름답든 진실을 알려 하지 않고 보고도 못본 척한 세상 사람들이 일으킨 것일지 모른다. 그런 세상에선 살인보다 추악한 범죄가 만연하는데, 진실도 보려하지 않는 자들이 어떻게 목숨을 심판하냐고.
거봐, <마더> 같은 영화 맞잖아. 머리는 아픈데 해석의 가치가 있는.
고수의 영화. 강추해욥~
(영화가 타이트한 맛이 없어서 강추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ㅋㅋ 심오해요~)
이렇게 너나없이 겹쳐진 모습처럼.. 다 이해했다고 생각한 시게모리의 믿음은
이렇게 금세 멀어진다. 가족도 서로를 이해 못하는데 생판 남의 속을 어찌 알리오~ 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가고 싶은 데로 가면 되고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되냐고 묻는 것마냥 사방 열린 결말로 끝~
볼 때는 덤덤하다 곱씹으며 감탄하는 영화. <세번째 살인>이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