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 71분
미스터리 스릴러, 영국
각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데뷔작이라고)
출연 제레미 테오발트(빌 역), 루시 러셀(금발여자 역), 알렉스 휴(콥 역)
한마디로... : 외로워서 시작한 미행이 뜻밖의 만남을 만들고 자승자박의 막다른 길로 향한다.
그냥 우연히, 이것저것 다운받다가 놀란 감독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게 된 영화.
(난 아직도 놀란의 그 유명한 히트작들을 보지 않았다... 음하하!;;; <인터스텔라> 딱 하나 봤는데 그건 별로였음.)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데 시간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전개해 시종일관 관객이 머리를 쓰게 만든다. '쇼트'라는 영화 용어가 이렇게 떠오르는 영화는 처음인 듯 ㅋ.
아주 단순하게, 한 남자의 미행 고백을 따라가다가 어떤 범죄현장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는, 아무런 교훈도 자비도 없이 마침표를 뚝 찍는다.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생긴다. 러닝타임도 1시간 10분밖에 안 돼, 오래 전 TV드라마 <제주도의 푸른밤>이었나? 시간 순서가 역으로 막 진행되는 그 흑백 단막극 느낌도 좀 난다.
주인공이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느낌은 아주 쉽게 받을 수 있다. 그 함정의 트릭은 교묘하지도 않고 익숙한 편인데 촘촘하고, 끝까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마지막 시퀀스는 살짝 뒤통수를 때린다. (반전을 기대하면 안 된다. 톡톡, 아? 하는 정도다.)
인물들의 감정선도 깊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 모든 게 한 남자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연민 비슷한 묘한 감정이 든다. 이런 게 놀란의 묘미인가?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입문작.
시종일관 차분한 톤이 약간 지루하기도 한데 결과적으로는 씬들을 남김없이 활용하는 절제된 이야기가 좋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