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치과에서 가보라고 해서 오랜만에 큰 치과대학병원을 다녀왔다.
엄마의 정기검진으로 동네 종합병원은 종종 다녔지만,
서울 큰 병원(ㅋㅋ촌스렄ㅋ)에 초진이 되다보니 이게 아주 혼을 쏙 빼놓더라.
더구나 예정된 것만 하고 왔으면 간단했을 텐데 친절하신 의사쌤이 어무이의 치주과 협진을 의뢰해주신 바람에,
"그래? 그럼 나도 온 김에 스케일링~!"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 참사로 이어짐.
참사...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예약 없는 스케일링(초진)은 참으로 번잡스러운 일이었다!
진료수납 먼저 해와라 사진 찍어와라 치료받고 쌤 진찰도 해라(초진이라고) 또 처치한 거 수납해라 약 타가라~ 근데 이 약은 여기서 타고 나머진 저기 가서 타고 등등...
이걸 곱하기 2로 (2인분) 진행하니
갑작스런 잇몸치료로 출혈사태와 정신 혼미를 겪으시는 엄마의 몫까지 실시간 정리하며 각기 다른 약 사용법을 외우느라 내 머리도 포화상태! 어질어질~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서야 (그래도 여기 푸드코트는 넓고 맛도 괜찮은 편) 조금 평온을 되찾았는데...
아 정말이지 이 나라 종합병원은 노인네 혼자서는 못 올 동네....
우리 엄니 옆 할머니와 "병원 와서 병 걸리겠어요"로 대동단결하시고.....
세브란스 외래약국은 대체 왜 주차장 밖으로 나가서 딴 건물에 있는 거야? 올레길 이후 처음으로 갈곳 잃은 화살표에 두리번거리는 우리 모녀를 그 (약국) 건물 30년 근무를 자랑하시는 어느 할아버지께서 친절하게 인도해주지 않았으면 같은 곳을 맴맴 돌 뻔.... (호러냐?)
퇴근시간에 걸려 앉지도 못하고 느릿느릿 돌아온 버스도 피곤피곤.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들어오는 길도 피곤피곤.
돌아와서 한무더기인 약과 영수증을 분류하는 것으로 화룡점정!
정말이지.... 종합병원은 먼가 바보같애......
되게 첨단인 척하는데 심각하게 아날로그인... 환자 뺑뺑이 돌리기의 본좌. 그런 느낌.
다음에 어무이 모시고 올 땐 좀 낫겠지. 초진이 아니니깐. 예약된 것만 하면.
아, 그래서 나의 진단명은 편평태선.
불치병이라면서요? 했더니
아뇨, 난치병이에요. 한다.
잇몸의 아토피 같은 거란다. 어머 쌤 비유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나는 난치병에 연고 하나 달랑 들고 돌아왔다는 스토오리.
분명 점심 먹고 나갔는데 집에 오니 9시.
흑흑. 하루가 다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