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처먹어 마땅한 욕과 약간의 쉴드
*괴랄한 작품성엔 스포로 화답하니 주의 요!
이 작품은 녹정기, 천룡팔부와 더불어 김용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한때 임청하의 영화 <동방불패>로 대히트한 그 원작 <소오강호>의 최신 리메이크작이다.
동시에 최악의 망작으로 꼽히며 원작팬들에게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안긴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 볼 생각이었다.
내 아무리 소오강호를 읽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하여도 수작으로 불리는 이아붕 주연 <소오강호(2001)>를 놔두고 이딴 걸 왜 보겠냐고 했다. 근데..... 곽배우 땜에 한번 봐줬어요. ㅋㅋㅋ
포스터를 잘 보면 캐릭터 지분이 1:1:1:1:2.... 오른쪽 두 인물이 다 동방불패다! 고로 동방불패 주인공설이 나올만 하다.
원작에 대한 기억이 없고 + 곽건화에게 호감이라면
봐도 된다. 우정 작가 작품이 (대륙의 임성한답게) 욕은 나와도 보는 재미는 있으니까!
수많은 욕을 먼저 접한 사람이라면 "어? 뜻밖에 재밌는데?"하고 슬금슬금 다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느 시점에 가선 내용 자체로 짜증이 나게 된다. 그래도 볼 수는 있다.
다 보고 욕만 잔뜩 나올 땐 원작에 충실하다는 <소오강호(2001)>를 봐주면 되겠지 ㅋㅋㅋ
나는 일부러 2001년판 드라마도 원작소설도 안 보고 객관적으로 이 이야기의 재미만을 논하려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곽건화영호충 비주얼에 꽂히면서 개연성이고 캐릭터고 중요치 않아졌다는 ㅋㅋㅋ 그런 편협한 눈으로 보니 이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먹는 욕에 대해서도 -무협이 아니라 로맨스다, 영호충이 아닌 동방불패가 주인공이다, 여주인공 임영영은 존재감 희미, 개연성은 밥 말아 먹었냐 등등- 매우 관대하게 봐줄 수 있었다. ^-^ 있었다... 어느 정도까진.
이 드라마가 양련정을 활용하는 대목에 이르면 미친듯이 웃음이 나면서
(양련정은 실제로 소오강호에서 동방불패 애인급으로 나온다 함)
아 그래... 이건 소오강호의 리메이크도 아니고 각색도 아니고 스핀오프도 외전도 아닌
동방불패 커플링 팬픽이로구나 ㅋㅋㅋㅋㅋ
곽배우 1인2역에 난 너무 오글거려서 순간 정지만 몇번 씩 ㅋㅋㅋ 호흡 가다듬고 또 보고 ㅋㅋㅋ 아오 진짜 발칙하기도 하시지 우정 양반. 머리로 생각하면 재밌지만 직접 보긴 부끄러운 상상을 제 돈 들여 만드셨네 ㅋㅋ 거기까진 괜찮았다. 화장이 이뻤거든. 근데 중후반 영호충이 진짜 여주 영영을 사랑하는 변심ㅋㅋ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고, 그 마음 제대로 간 건지 마지막회까지 찜찜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군지 나도 좀 알고 싶다. 42부나 보고도 모르겠는 니 마음의 행방...;;
(커플 팬픽을 표방했으면 본분을 지키라고)
굳이 원작을 파괴해 가면서 삼각관계로 바꿀 필요가 있었나? 묻는다면 쫌 회의적.
마교의 딸과 정파의 수제자라는 구도로 충분한 사랑에
악랄한 마교의 여교주가 여주 지분을 나눠 가지면 끼어들면 누가 더 매력적이겠어...?
여주가 밀리는 건 당연하고, 금단의 사랑이 내포한 메시지들도 실종.
마교와 정파의 딜레마는 오히려 마교 영웅들과의 교류에서 부각되니~ 메시지를 깎아먹는 삼각관계. 얼쑤!
그러니 맨날 돌아가며 희생만 하고~ (난 동방불패가 영호충 뺏으려고 악랄한 수라도 쓸 줄 알았다. 근데 악랄은 커녕 천사 납심;;) 무협역사상 가장 불완전한 고수가 아닐까 싶은 영호충의 멋스럽고 독특한 캐릭터는 그저 한 여자 신세 망치는 병약미 오지랖남으로 전락.... (내 기억에 이분 김용 월드의 최고 매력남 아녔나?;;)
원작을 거의 기억 못하는 나도 느끼는 이런 문제들이 원작팬에겐 얼마나 화나겠어?
욕먹어 마땅한 작품이다.
원작 훼손을 생각하면 추천도 해선 안 될 작품이다.
(일단 동방불패가 여자다 ㅋㅋㅋㅋ 동방불패의 기본은 규화보전 익히다 남자가 여자 되는 건데... 아무리 규화보전의 자매판 벽사보검을 익히는 동방불패 투쓰리가 나온다고 해도 이건 배신이지! 이 사랑이 안 될 너만의 이유가 없잖아? 이런 재미 쏙 빼먹고 여주의 지분만 뺏어먹는 동방불패........ 아니 동방 꾸냥....... 임영영 투에 불과한 널 내가 어찌 애정하겠니!
그리고 초반 바보에 중반 병약미, 후반 울보 종이인형이 되는 영호충 캐릭터는 원작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원망스럽다......ㅠㅠ 저렇게 이쁜 비주얼 갖다 놓고 그르지 말라굿......!!! )
이런 멋진 장면은 거의 안 나옴. 무협은 거들 뿐, 정체성은 팬픽. 영호충은 바보.... (난 바보 비주얼에 넘어간 녀자)
그러나 맨날 악녀로만 나오던 양용(소사매 역-포스터의 맨 왼쪽)이 귀여움과 비련미를 뽐낸다는 것과
진효(임평지 역-포스터의 양용 옆)가 잠시나마 동방불패 삘 내준다는 것...
진교은(동방꾸냥 역)의 예쁨과 (예쁠 시간에 악랄했으면 좋았겠으나)
곽건화의 방부제 98%급 풋풋한 미모가 이 드라마의 존재 이유랄까....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랄까....
그렇게 꾹꾹 눌러 다스린 욕의 진기는 엔딩에서 폭발하게 되는데, 나 여기서 다 까발릴 거임 ㅋㅋㅋㅋ
사랑의 화신이 된 동방불패, 남몰래 헌신하다 하다 장기 기증.... ㅋㅋㅋ 미치겠구만.
그래놓고 지음(知音)이 연주하는 '소오강호'를 임영영과 영호충 둘이 연주하는 엔딩이라니. 1
남자도 여자도 아닌 동방불패 설정을 버린 대신,
심장이식 엔딩으로 동방불패도 영영도 아닌 부인님을 영호충에게 안기고 끝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가공할 파괴력 뽐내는 상상력은 가히 임성한이 아니던가!! ("셋이 같이 살자~") 움하하~
(아 진짜 욕하며 보다 주화입마되겠어 ㅡ"ㅡ+)
그리하여 이 드라마는 동방불패 빠돌이가 쓴 동방x영호 커플링 팬픽이 맞습니다.
우정이 성공한 덕후라는 데 한표~.
임영영은 동방불패를 빛내기 위한 조연으로 빠지고, 영호충의 사랑은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결국 동방불패가 심장어택하게 만든(응?) 그러고보니 가소로운 키스씬도 동방불패랑 했구나 ㅋㅋㅋ
그렇게 완성한 마이너 커플링 팬픽.
남주 좀 바보 되면 어떻고
무림고수 파워 좀 떨어뜨리면 어떠냐?
동방불패 팬픽인데......
이것이 내가 이 작품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변명이다.
우정 죽어라, 까지는 안 하겠지만 (재미는 있어요~ 어이가 없어 그렇지)
영호충과 임영영을 돌려줘~~~ 라는 기분은 만끽하게 되는.
한번쯤 보고 욕 한사발 하실라예?
+)
보다가 나도 모르게 캡쳐한 컷.
소오강호 연주하니 모여드는 동물의 왕국.
갑자기 웬 라이온킹이냐 하며 박장실소함. (이런 놀라움 종종 나오는 드라마임 ㅋㅋ)
배우가 뭔 죄겠냐...하다가도 사전에 대본 다 나오잖아요? ㅋㅋ 건화씨 이 정도 작품은 걸러낼 레벨일 텐데... 사실은 취향인 거 아니야?!! 강한 의혹이 드는 소오강호 2013이다!
++)
근데 난 CG로 퉁치는 이런 무협 꽤 좋아한다 ㅋㅋㅋㅋㅋ
만화 같은 CG 무협. 정체성이 로맨스라곤 했지만 이런 무협씬이 적진 않아 보는 맛이 있다.
여러모로 정통과 거리가 먼 변종 드라마.
+++)
곽건화 비주얼은 이게 최곤 거 같다! 온갖 방해에서 얼굴만 똑 떼어내 감상할 수 있다면.
++++)
근데 순전히 각색의 측면에서만 보면 흥미로운 작품이다. 원작의 인물을 완전히 재구성함. (덕분에 개연성은 희생됐지만... 캐릭터도 밀도가 떨어졌지만....) 아마 김용 슨상님도 재밌어 보여서 승낙했겠지....
- 더듬더듬 칠현금 배워놓고 막판엔 퉁소로 갈아타는 음악신동 영호충 님. 게다가 원곡자는 퉁소 악보라 해놓고 대금을 불었다는 가공할 ㅋㅋ 나중에 영호충이 퉁소는 세로지요, 정정한 건가? 근데 그건 퉁소 맞아여? 뭐 하나 안심하고 볼 수가 있어야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