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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중드

중드 - 소오강호 (2013년/42부작) : 이거슨 동방불패x영호충 팬픽이 아니더냐!

by 와옹 2017. 3. 8.

부제 : 처먹어 마땅한 욕과 약간의 쉴드

*괴랄한 작품성엔 스포로 화답하니 주의 요!


이 작품은 녹정기, 천룡팔부와 더불어 김용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한때 임청하의 영화 <동방불패>로 대히트한 그 원작 <소오강호>의 최신 리메이크작이다. 
동시에 최악의 망작으로 꼽히며 원작팬들에게 하늘을 찌르는 분노를 안긴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 볼 생각이었다. 
내 아무리 소오강호를 읽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하여도 수작으로 불리는 이아붕 주연 <소오강호(2001)>를 놔두고 이딴 걸 왜 보겠냐고 했다. 근데..... 곽배우 땜에 한번 봐줬어요. ㅋㅋㅋ 

포스터를 잘 보면 캐릭터 지분이 1:1:1:1:2.... 오른쪽 두 인물이 다 동방불패다! 고로 동방불패 주인공설이 나올만 하다. 


원작에 대한 기억이 없고 + 곽건화에게 호감이라면
봐도 된다. 우정 작가 작품이 (대륙의 임성한답게) 욕은 나와도 보는 재미는 있으니까! 
수많은 욕을 먼저 접한 사람이라면 "어? 뜻밖에 재밌는데?"하고 슬금슬금 다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느 시점에 가선 내용 자체로 짜증이 나게 된다. 그래도 볼 수는 있다. 
다 보고 욕만 잔뜩 나올 땐 원작에 충실하다는 <소오강호(2001)>를 봐주면 되겠지 ㅋㅋㅋ

나는 일부러 2001년판 드라마도 원작소설도 안 보고 객관적으로 이 이야기의 재미만을 논하려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곽건화영호충 비주얼에 꽂히면서 개연성이고 캐릭터고 중요치 않아졌다는 ㅋㅋㅋ 그런 편협한 눈으로 보니 이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먹는 욕에 대해서도 -무협이 아니라 로맨스다, 영호충이 아닌 동방불패가 주인공이다, 여주인공 임영영은 존재감 희미, 개연성은 밥 말아 먹었냐 등등- 매우 관대하게 봐줄 수 있었다. ^-^ 있었다... 어느 정도까진.

이 드라마가 양련정을 활용하는 대목에 이르면 미친듯이 웃음이 나면서
(양련정은 실제로 소오강호에서 동방불패 애인급으로 나온다 함)
아 그래... 이건 소오강호의 리메이크도 아니고 각색도 아니고 스핀오프도 외전도 아닌
동방불패 커플링 팬픽이로구나 ㅋㅋㅋㅋㅋ
곽배우 1인2역에 난 너무 오글거려서 순간 정지만 몇번 씩 ㅋㅋㅋ 호흡 가다듬고 또 보고 ㅋㅋㅋ 아오 진짜 발칙하기도 하시지 우정 양반. 머리로 생각하면 재밌지만 직접 보긴 부끄러운 상상을 제 돈 들여 만드셨네 ㅋㅋ 거기까진 괜찮았다. 화장이 이뻤거든. 근데 중후반 영호충이 진짜 여주 영영을 사랑하는 변심ㅋㅋ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고, 그 마음 제대로 간 건지 마지막회까지 찜찜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군지 나도 좀 알고 싶다. 42부나 보고도 모르겠는 니 마음의 행방...;; 
(커플 팬픽을 표방했으면 본분을 지키라고)

굳이 원작을 파괴해 가면서 삼각관계로 바꿀 필요가 있었나? 묻는다면 쫌 회의적. 
마교의 딸과 정파의 수제자라는 구도로 충분한 사랑에
악랄한 마교의 여교주가 여주 지분을 나눠 가지면 끼어들면 누가 더 매력적이겠어...?
여주가 밀리는 건 당연하고, 금단의 사랑이 내포한 메시지들도 실종.
마교와 정파의 딜레마는 오히려 마교 영웅들과의 교류에서 부각되니~ 메시지를 깎아먹는 삼각관계. 얼쑤!
그러니 맨날 돌아가며 희생만 하고~ (난 동방불패가 영호충 뺏으려고 악랄한 수라도 쓸 줄 알았다. 근데 악랄은 커녕 천사 납심;;) 무협역사상 가장 불완전한 고수가 아닐까 싶은 영호충의 멋스럽고 독특한 캐릭터는 그저 한 여자 신세 망치는 병약미 오지랖남으로 전락.... (내 기억에 이분 김용 월드의 최고 매력남 아녔나?;;)

원작을 거의 기억 못하는 나도 느끼는 이런 문제들이 원작팬에겐 얼마나 화나겠어?
욕먹어 마땅한 작품이다. 
원작 훼손을 생각하면 추천도 해선 안 될 작품이다. 
(일단 동방불패가 여자다 ㅋㅋㅋㅋ 동방불패의 기본은 규화보전 익히다 남자가 여자 되는 건데... 아무리 규화보전의 자매판 벽사보검을 익히는 동방불패 투쓰리가 나온다고 해도 이건 배신이지! 이 사랑이 안 될 너만의 이유가 없잖아? 이런 재미 쏙 빼먹고 여주의 지분만 뺏어먹는 동방불패........ 아니 동방 꾸냥....... 임영영 투에 불과한 널 내가 어찌 애정하겠니!
그리고 초반 바보에 중반 병약미, 후반 울보 종이인형이 되는 영호충 캐릭터는 원작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원망스럽다......ㅠㅠ 저렇게 이쁜 비주얼 갖다 놓고 그르지 말라굿......!!! )

이런 멋진 장면은 거의 안 나옴. 무협은 거들 뿐, 정체성은 팬픽. 영호충은 바보.... (난 바보 비주얼에 넘어간 녀자)

그러나 맨날 악녀로만 나오던 양용(소사매 역-포스터의 맨 왼쪽)이 귀여움과 비련미를 뽐낸다는 것과
진효(임평지 역-포스터의 양용 옆)가 잠시나마 동방불패 삘 내준다는 것...
진교은(동방꾸냥 역)의 예쁨과 (예쁠 시간에 악랄했으면 좋았겠으나)
곽건화의 방부제 98%급 풋풋한 미모가 이 드라마의 존재 이유랄까....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이유랄까....

그렇게 꾹꾹 눌러 다스린 욕의 진기는 엔딩에서 폭발하게 되는데, 나 여기서 다 까발릴 거임 ㅋㅋㅋㅋ
사랑의 화신이 된 동방불패, 남몰래 헌신하다 하다 장기 기증.... ㅋㅋㅋ 미치겠구만.
그래놓고 지음(知音)이 연주하는 '소오강호'를 임영영과 영호충 둘이 연주하는 엔딩[각주:1]이라니.
남자도 여자도 아닌 동방불패 설정을 버린 대신,
심장이식 엔딩으로 동방불패도 영영도 아닌 부인님을 영호충에게 안기고 끝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가공할 파괴력 뽐내는 상상력은 가히 임성한이 아니던가!! ("셋이 같이 살자~") 움하하~

(아 진짜 욕하며 보다 주화입마되겠어 ㅡ"ㅡ+)

그리하여 이 드라마는 동방불패 빠돌이가 쓴 동방x영호 커플링 팬픽이 맞습니다.
우정이 성공한 덕후라는 데 한표~.
임영영은 동방불패를 빛내기 위한 조연으로 빠지고, 영호충의 사랑은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결국 동방불패가 심장어택하게 만든(응?) 그러고보니 가소로운 키스씬도 동방불패랑 했구나 ㅋㅋㅋ 
그렇게 완성한 마이너 커플링 팬픽. 
남주 좀 바보 되면 어떻고
무림고수 파워 좀 떨어뜨리면 어떠냐?
동방불패 팬픽인데...... 
이것이 내가 이 작품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변명이다.
우정 죽어라, 까지는 안 하겠지만 (재미는 있어요~ 어이가 없어 그렇지)
영호충과 임영영을 돌려줘~~~ 라는 기분은 만끽하게 되는.

한번쯤 보고 욕 한사발 하실라예? 


+)

보다가 나도 모르게 캡쳐한 컷.

소오강호 연주하니 모여드는 동물의 왕국.
갑자기 웬 라이온킹이냐 하며 박장소함. (이런 놀라움 종종 나오는 드라마임 ㅋㅋ)

배우가 뭔 죄겠냐...하다가도 사전에 대본 다 나오잖아요? ㅋㅋ 건화씨 이 정도 작품은 걸러낼 레벨일 텐데... 사실은 취향인 거 아니야?!! 강한 의혹이 드는 소오강호 2013이다!


++)
근데 난 CG로 퉁치는 이런 무협 꽤 좋아한다 ㅋㅋㅋㅋㅋ
만화 같은 CG 무협. 정체성이 로맨스라곤 했지만 이런 무협씬이 적진 않아 보는 맛이 있다. 
여러모로 정통과 거리가 먼 변종 드라마. 

+++)
곽건화 비주얼은 이게 최곤 거 같다! 온갖 방해에서 얼굴만 똑 떼어내 감상할 수 있다면.

++++)
근데 순전히 각색의 측면에서만 보면 흥미로운 작품이다. 원작의 인물을 완전히 재구성함. (덕분에 개연성은 희생됐지만... 캐릭터도 밀도가 떨어졌지만....) 아마 김용 슨상님도 재밌어 보여서 승낙했겠지....


  1. 더듬더듬 칠현금 배워놓고 막판엔 퉁소로 갈아타는 음악신동 영호충 님. 게다가 원곡자는 퉁소 악보라 해놓고 대금을 불었다는 가공할 ㅋㅋ 나중에 영호충이 퉁소는 세로지요, 정정한 건가? 근데 그건 퉁소 맞아여? 뭐 하나 안심하고 볼 수가 있어야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