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되풀이해서 산다는 것은 조금 다른 소재.
이런 종류로 제일 처음 본 것은 '사랑의 블랙홀'이었다.
이 영화는 바로 어제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이야기인데 그 짧은 하루 동안에도 많은 것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닫힌 상황 속에서도 사람은 진화한다. 같은 날을 살아도 어제보다 나은 삶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 전개도 절묘하지만, 언제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유쾌함과 개연성이 걸작이다.
다 보고 나면 날짜가 딸깍, 넘어가는 옛날 시계가 갖고싶어지는... 그러나 영화 속 그 시계 구하려면 몇십만원으론 어림도 없을만큼 희귀한 물건이 되었다는...ㅜ.ㅜ 옛날에 우리집에도 있었는데..
★★★★★
그 후 여러가지 비슷한 소재가 나왔지만 잘 기억은 안난다.
뭐였더라... 사막의 도로에서 악당을 만나 죽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피하려고 애쓰는 이야기도 있었고,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였나? 타임머신을 이용해 조금 전의 미래로 계속 되돌아가 악당을 검거하는 액션물도 있었다. 아무래도 액션물은 악당이 나오므로 이야기가 조금 더 변칙적으로 전개된다. 되풀이되는 인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액션과 사건의 해결이 목적이므로, 이런 액션물은 논외로 하고..
'일곱가지 유혹'이라는 영화도 기억난다.
미녀의 탈을 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 댓가로 일곱가지 인생을 살아보는-그러나 번번이 끝이 안좋은- 한 남자의 이야기.
똑같은 시간을 되풀이하는 건 아니지만, 몇번을 새로이 살아도 변함없는 본질이 일맥상통한다.
디즈니 작품답게 낙천적이랄까~ 교훈적이랄까. 즐겁게 한번 웃을 수 있는 영화.
'조지오브정글','미이라'의 주인공 브랜든 프레이져가 코미디센스를 심하게 발휘한다. ^^ ★★★
동류의 소재로 '너와 있었던 미래를 위하여'란 일드가 있다.
풋풋한 나카마 유키에와 도모토 츠요시, 엔도 쿠미코 주연. (나카마 유키에는 비중있는 조연이지만..)
이건...참 설정이 여러모로 궁색한데..
'BIG'의 서커스장을 연상시키는 외진 영화관에서 사건이 비롯되고, 5년 전 같은 날로 계속 돌아가는 건 '사랑의 블랙홀'과 닮았다.
캐릭터 중에 물리학자가 하나 나오지만, 대사에서도 밝히듯이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왜 하필 물리학잔데~!)
원제는 Le Bois Vincenne. (벵센느 숲)
소년이 외우는 주문은 Icarus Mongol Fielight.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나만... 속은거냐?
주문을 검색하니 중국어로 된 도모토츠요시 페이지(팬페이지인 듯)가 뜨고,
불어 제목 검색하면 벵센느 숲 지역정보가 좌라락 뜬다.
벵센느 숲...파리 동쪽의 숲이란다. 굳이 비유하자면 양재 시민의 숲, 일산 호수공원, 뭐 이런 타이틀이겠지.
동명 제목으로 VIDEO라고 뜨길래 가봤더니 웬 여자가 공원에서 하하호호 놀고있는 캠영상이 올라와 있더라... -_-^
저렇게 그럴 듯한 소년을 캐스팅해놓고... 뻥이었단 말이시?
이 드라마의 차별점은 5년이란 긴 세월을 되풀이하는 것.. 주인공이 (좋은 의미로) 애늙은이처럼 변하는 것도 당연하다.
원인과 결론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술하지만, 여러번의 세월을 되살아내는 과정만은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었다.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 단 한명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변수들.
과거의 사람들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도 만나게 되는 복잡함.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시청 포인트다. 그러니까 엉망인 얼개는 용서해준다.-_-; ★★★
이런 드라마들은 시한부인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쫌 비슷하다.
거의 같은 심리 변화-부정,원망,포기,희망-를 겪고,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는 이야기.
물론 시한부 주인공과 되풀이해서 사는 주인공의 심리는 점점 절박함과 허탈함으로 간극이 벌어지지만... 삶의 굴레를 온전히 깨닫는 순간, 그저 그랬던 주인공이 멋지고 현명한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것만은 양쪽 다 똑같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나오는 용기. 주어진 삶에 전력을 다하는 동안 생기는 혜안.
반복해서 살게 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될까?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좋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