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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작년부터 넘버링 70. 카달

by 와옹 2014. 6. 1.

2013년 / 151분
인도

각본감독  마니 라트람
출연  아르준(버그마스 역), 아르빈드 스와미(샘 신부 역), 고우탐 까르틱(토마스 역), 툴라시 나이르(비아트리스 역)


카달,은 바다란 뜻인가보다. 영화 제목 뜰 때 자막에 그렇게 나왔당.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세 남자의 일대기적 이야기. 
사탄의 길을 걷는 남자(버그마스)와 예수의 길을 걷는 신부(샘),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청년(토마스), 그리고 상처입은 순수한 여성(비아)까지. 

초반 30분이 경이로울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에 설마 중후반이 이렇게 맥이 빠질 줄은 몰랐다. 어린 토마스가 비행소년에서 샘을 만나 착한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스피디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적확하게 잘 그려졌다. 감독의 연륜, 인생의 통찰 등이 엿보이는 빛나는 씬들이 거의 다 여기에 있다. 이 30분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었던 영화다. 

하지만 토마스가 청년이 된 후 이야기가 느슨해지더니 그가 악해지는 장면이 공감가게 그려지지 못했다. 그리하여 인터미션 이후의 전개는 계속 빠져들지 못한 채 이야기를 따라갔고, 그렇게 이르는 선과 악, 구원이라는 대단원은 박진감 넘치는 파도 외에는 인상에 남는 게 없었다. 

악한 사람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선한 사람이 악의 폭격을 당하고도 끝까지 선을 지킬 수 있을까, 악에 몸담았던 사람이 선의 세계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이러한 거대한 화두들을 소화하기에 2시간 반은 역부족이었다는 느낌이다. 세 남자의 이야기를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따라가고 거기에 러브스토리까지 하나 끼어드니 16부작은 족히 나올 이야깃감이지 말이다... 

인도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이런 방만한 스토리는 크나큰 단점이지만, 이런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실로 용감한 장점이다. 영상미와 음악도 대단히 좋아서 명작의 반열에 오를 뻔했는데...... 중반 이후 힘을 잃은 스토리가 뼈저리게 아쉽구나.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춤과 노래씬이 나온다(안 나올 줄 알았다ㅠㅠ). 아름답긴 하지만 그 시간을 인물들의 드라마에 할애했다면 훨씬 좋았을 거란 아쉬움...
내가 인도영화의 춤장면을 좋아하는 건 종종 춤과 노래가 분위기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키거나 반전시키기 때문인데, 그게 가능하려면 드라마가 너무 무거워선 안되더라.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처럼. 
그렇다고 영화의 톤이 칙칙한 건 아니고 유머러스함마저 느껴지는 담백한 톤이다. 그러면서 영상은 활기차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분명 연륜이 오랜 감독의 색깔이겠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극적이지만도 않고 즐겁지만도 않은 그런 통찰의 색깔.

하여간 초반 30분은 백미다!! 
후반이 아닌 초반 30분이 백미라는 게 문제지만... 
토마스의 감정선만 확고히 했다면 거품 물고 강추했을 완성도.
한번쯤 봐도 좋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