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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작년부터 넘버링 69. 13인의 자객

by 와옹 2014. 5. 22.

2010년 / 140분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
출연  야쿠쇼 코지(시마다 신자에몬 역), 야마다 다카유키, 이세야 유스케, 이나가키 고로(나리츠구 역) 등등등....


아아, 이제야 봤네. 별로 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대충 내용만 파악하고 지우자고 휙휙 넘기다 그만 액션씬 나오면서 쭉 봐버림. 
피칠갑 액션 안 좋아하는데, 그런데도 미이케 다카시는 내 눈을 사로잡을 만큼 그런 액션을 잘 찍는다. 
스토리 빈약하고 13인의 캐릭터도 관계성도 그들의 드라마도 거의 없다시피 하건만, 격투씬 하나는 볼만하다. 

이거 보고 야마다 다카유키가 인상적이었다고 한 사람 대체 누구야........
야마다군은 이세야 유스케와 함께 극중 (나름)미남을 담당하고 있으나 그냥 그뿐. 
인상에 남는 건 역시 주인공인 야쿠쇼 코지와 악역 이나가키 고로다. 
고로짱의 악역 변신이 호평이었는데, 음... 뭐랄까. 연기 자체는 평소의 고로짱과 비슷하지만 나리츠구라는 미친놈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려서 독특한 악역이 만들어진 듯. 역할 소화라는 면에서는 대단히 훌륭했다! 
야쿠쇼 아저씨는.... 아 진짜, 무가치한 사무라이라는 설정밖에 없는 캐릭터를 단 한장면으로 (그것도 알쏭달쏭한 대사를 치면서) 납득시키는 그 연기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뭔지 잘 모르겠는 건 순전히 각본과 감독의 책임이다.

나리츠구의 대사 가운데 이런 게 있는데...

"요즘 시기에 이런 전쟁이 없었지. 
 꽤 좋지 않으냐?
 죽음이 가까이 오면 삶에 대한 감사가 생긴다.
 보잘 것 없이 살거라면 이곳은 얼마나 즐거운 삶인가."

이런 가치관이 거의 극중 인물 전체에게 해당된다는 게 헉할 노릇. 
평온한 시대의 사무라이가 느끼는 존재의 무가치함, 최고권력자의 동생이라는 위치가 주는 안락과 무료함,
(그리고 동물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산사나이 이세야 유스케까지도)
한결 같이 '재미 없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이 난리를 피운다.
미친놈 주군을 모시는 가신들(한베에)의 무가치한 명분도 재미 없는 삶, 달리 말하면 전부 '의미 없는' 삶들이다. 

온통 삶의 이유를 못찾아 칼부림에 나선 자들 뿐. 
악한 나리츠구를 죽인다는 대의명분이야 있지만, 그것도 죽을 자리를 찾던 이들이 최적의 기회를 만난 정도다. 
그리고는 13인이 130명과 싸우는 엄청난 액션이 벌어진다. 오로지 생존과 목표 달성을 위한 칼부림이다. 
그런 피투성이 아수라장에서 아무리 반어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해봐야
기억에 남는 건 없는 법................... -_-
전쟁의 무상함, 목숨의 무가치함 정도가 느껴지긴 하는데 며칠 지나면 새하얗게 잊힐 그런 영화. (그러니까 [크로우즈 제로]에무슨 메시지가 있냐고? 기억 안 난다고!)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 [크로우즈 제로]와 다른 점은 엄청난 악당이 있다는 것뿐, 그래서 이야기의 힘이나 시사하는 바가 더 크게 느껴지지만 결국은 한핏줄, 소비되는 오락 영화. 

(크로우즈 제로에 대한 짤막 감상은 아래 관련글 꾹.
2012/03/22 - [가끔♨집요] - 키리타니 전작주의 : 비중에 상관 없이 출연하면 히트작 ;ㅁ;)


주제의식은 오락영화를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정도의 기능. 호평이라고 대단한 걸 기대하면 금물이다. 
보던가 말던가 급.


※사무라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아할지도. 나는 보면서 "역시 난 사무라이가 싫어..." 재확인했으니. 

※여자는 대체 왜 나온 거야? 그것도 츠야와 우파시의 1인 2역으로! (의미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