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종일 재미있는 소설과 드라마를 보며 지냈다.
공교롭게도 전부 일본 거네? 그것도 내가 오랫동안 심드렁했던 미야베 미유키와 기무라 타쿠야의
소설 <흑백>과 드라마 <프라이드>다.
그냥 순수하게 둘 다 재미있고, 완성도 높고, 담고 있는 이야기가 좋다.
예전 같으면 응, 괜찮네, 근데~ 하고 대수롭잖게 토를 달았을 작품들이 대단해 보이는 건
내가 성장한 걸까 퇴보한 걸까.
두 작품 다 편안하니 한번 보면 쭈욱 따라가게 하는 흡인력이 좋아서, 대중이 열광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더라. 라는 기분.
이 드라마는 신나게 잘 보다가 후반부에 가서 '아 그래... 노지마 신지였지...' 싶게 만드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집착남 꼭 나와...-_-;너무나 이상적인 사랑에 심사가 조금 뒤틀렸지만 (OST 바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로...-_-) 풋풋한 겨울과 젊고 예쁜 배우들의 비주얼, 스포츠란 소재와 퀸 노래의 설레는 조합으로 해피엔딩인 양 포장, 끝. 걍 상큼하게 볼 수 있었다.
이야기의 중반까지는 상당히 즐겁게 보았는데, 아마 당시에 봤으면 또 사골국 우려먹네 어쩌네 투덜거렸을지 모르나 이미 10년 전이 된 사랑이야기는 요즘에 보니 참으로 아련 돋는다. 비디오 빌려보는 장면이라던가 해외로 가면 연락이 뜸해지는 걸 어느 정도 납득하는 분위기, 핸드폰 연락보다는 이웃집 설정이 더 빈번하고, 사랑해 안해? 한마디면 될 걸 입 다물고 행동으로 비추고 알아주길 바라고... 트랜디 드라마인데도 감정의 주고받음이 은근하고 뭉근하다. 인간관계가 갈수록 직설적이고 노골적이고 자극적이 되어간다는 걸 이 드라마를 보며 느꼈다. 물론 포장은 지금 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상큼. 특히 다케우치 유코는 너무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봤다..........ㅇㅁㅇ 우와, 연기도 잘하고 징쨔~~
근데 내 기준에 탁구씨는 늙어도 지금이 나은 것 같다. 젊고 예쁠 때 모습은 국내 꽃미남들에 밀리는 느낌이 ㅋㅋㅋㅋ
가 아니고 나를 사로잡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 그치만 대중의 하트를 훔친 그게 뭔지는 알겠다. 윽, 나는 대중적이지 못한가...... 윤상현은 좋은데 무슨 차이지? 아, 찌질함인가? 그래 탁구씨는 찌질함이 없어... 배우는 일단 찌질하고 봐야...(이런 비뚤어진 연기관) 그래서 탁구씨는 요즘이 더 나은 걸로 하겠음. ㅋㅋ
섬세한 통찰. 이거야말로 작가에게든 배우에게든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이러고 노는데 선배가 전화해서 광합성 좀 하란다. 어디서 날 보고 있나? 깜짝 놀랐네...
뻔하디 뻔한 내 일상이여.......... ㅜㅅ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