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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책벌레/리뷰라 치고

<살인자의 기억법>

by 와옹 2013. 9. 23.

내가 읽은 김영하의 첫 소설.

길게 주저리려면 권말의 해설처럼 장황해질 터이고
간단히 말하면 아주 짧게 평할 수 있다.
짧게,

싱거운 이야기, 유기적이고 치밀한 추상들. (관념이든 메타포든)

 

이 소설을 온갖 추상성을 유추하는 텍스트로 읽는 사람은 재미있을 것이요
이야기로 읽는 사람은 허탈할 것이다.
허탈하다고 해서 이 소설을 잘못 읽은 걸까? 작가가 독자의 취향을 반만 얻은 것이겠지. (독자를 계도하려는 느낌의 해설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나도 톡 쏴본다.)
말미에 쓴 작가의 말을 보니 오히려 작가는 어떤 방향으로 읽어주길 바라지 않더구만! 소설을 이야기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으로 나눈다면 이 소설은 막판에 기능적 측면으로 핸들을 확 꺾은 느낌이다. 내 마음엔 한편의 이야기보다 한편의 기술적인 텍스트로 남았으니까. 그렇게 읽으면 매우 훌륭하다.
구조적으로 치밀하며 겹겹이 싸놓은 은유와 의미들이 이렇게도 연결되고 중의적으로도 읽히고... 뭐 그렇다.
하지만 그 무수한 방향으로 읽어내릴 텍스트의 결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했던 그것이라니...
읽고 허탈했다. 수년간 나를 괴롭혀 온 "그래서 뭐?"라는 스토리텔링에 내가 너무 익숙해진 탓이겠지.
어쨌든 이 소설에 대한 평은 반반으로 갈릴 텐데, 그런데도 다들 재미있게 읽었을 거다. 가독성이 끝내주거든.
나도 김영하의 다른 소설이 읽고 싶어졌고.
그래도 허탈한 건 허탈한 거야. -_-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