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본 스페셜드라마 두편에 실망해서
2013/05/24 - [얄팍해요~문화생활/일드] - 스페셜리스트 / ST경시청과학특수반
이제 나와 일드는 안 맞는 것이냐 아니면 일드의 수준이 떨어진 것이냐 한탄하다 <레이디 조커 (2013년:7부작)>를 봤다.
우앙. 나 이런.
이렇게 '사회파'란 말에 걸맞는 드라마는 처음이야. 아니, 하얀거탑이라던가 사회파 드라마는 많이 있었지만,
이토록 짧은 -7편이라는- 분량 안에 이토록 많은 이해관계를 넣을 수 있다니...!
덕분에 초반부에 기억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아 골이 아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다음이 궁금하게 만드는 잘 짜여진 인간관계와 인물의 입체감이 정말 감탄스러웠다. 특히 초반에 흐릿했던 범행동기가 사회적 공분(公憤)으로 납득되는 귀결은 그래서 더 현실 같았고, 그것이알고싶다사모님편에 버금가는 분노와 좌절감을 주었다. 원작자 다카무라 카오루의 공이겠지?
또 흥미로웠던 것은 카미카와 타카야가 연기한 주인공 고다의 캐릭터.
난 정말 이렇게 반응 없고 말 없고 개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끌리는 캐릭터는 처음일세!
뭔가 해주겠지 싶은 대목을 다 지나치고 3화쯤 가서야 처음으로 '행동'이라 할만한 의지를 보여주는 주인공.
신기한 건 그런데도 뭔가 있겠지 싶다는 거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뭔가 해줄 것 같고, 도통 속을 알 수 없는데도 좋은 놈일 거 같고. (전작 <마크스의 산>을 보니 고다의 캐릭터가 한결 쉽고 분명한데, 오히려 매력은 덜했다.) 아마 원작소설엔 고다의 내면이 잘 표현돼있지 않을까 싶네.
여하튼 고다와 한다라는 두 인물이 각각 수사와 범죄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대립하는데, 보통의 스토리라면 이 둘이 주축이 되어 쫓고 쫓기는 기싸움을 해야 마땅하건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수레바퀴의 바퀴살 같은 무력한 존재들처럼 느껴지는 게 흥미로웠다. 분명히 핵심 범죄를 일으킨 주축이고 그것을 파헤치는 주축인데도, 사건으로 파생된 더 큰 권력게임에 짓눌려가는 느낌이 진쨔 굿. 게다가 등장인물들은 설명이 부족할지언정 각각 분명한 캐릭터와 의지를 갖고 있어. 좀더 고루고루 표현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한다 형사를 연기한 토요하라 코스케와 시로야마 사장 역의 시바타 쿄헤이, 많이는 안 나오지만 야마모토 코지♡ 등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만 모아놓은 것도 이 작품의 볼거리. ★★★★★
시리즈의 전작인 <마크스의 산 (2010년:5부작)>은 나중에 봐서 그런지 좀 지루했다. 레이디조커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이겠지... 아무래도 세계관도 비슷하고, 알력 다툼에 희생되는 이야기는 종종 봐서 새롭지도 않고, 비주얼도 상대적으로 후지고...(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 한핏줄 작품을 보는 데는 순서가 중요해. 음. ★★★☆
요즘 재미나게 보는 건 <경시청 수사1과 9계>. 아니 이런 수사반장틱한 9계라니 완전 좋아. ㅎㅎㅎ
하여간 갑자기 일드 수사물에 다시 재미 붙이게 한 건 다 레이디조커 탓이야! ^^
(좋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