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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영화

케빈에 대하여 (2011)

by 와옹 2012. 8. 27.

감독  린 램지
주연  틸다 스윈튼(에바 역), 에즈라 밀러(케빈 역) 외

 

요즘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지지부진한 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만 어쩌다 보고 있다.
이걸 본 계기는 챤챤냥이 몇개의 영화를 열거했는데(아마도 추천의 의미였던 듯;;;;뭐냐 이 썩을 기억력;ㅁ;) 그중에 케빈 어쩌구가 있어서 [케빈 인 더 우즈]와 [케빈을 위하여]를 둘 다 받았단 이야기. 근데 ~인더우즈는 무서울까봐 못보고 이건 그냥 틀었다가 끝까지 보았다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한 영화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사건의 연속인데, 단 하나의 충격을 더듬어 가는 과정이 혼란 그 자체다. 상징적인 화면을 툭툭 던지고 과거와 현재가 마구 뒤섞인다. 그런데도 내용이 다 이해된다. 아... 나 좌절할 뻔 했잖아. 원작소설이 있는 거 알고 회생했음...

여주인공 틸다 스윈튼은 처녀시절, 임신~전업주부 시기, 작가 겸업 시기, 그리고 현재를 연기하는데, 헤어스타일을 바꾸긴 해도 그 연기력은 놀랍다.
십대 케빈을 연기한 에즈라 밀러 역시 강렬한 연기를 보였고 무엇보다 아역 두명과의 싱크로율이 대박! 
어린 시절을 연기한 두 아역도 연기를 대단히 잘해서 세명의 케빈이 모두 한 사람인 양 느껴졌다. 눈빛이 특히... 후덜덜.
틸다 스윈튼과 케빈을 연기한 세 배우, 이것만으로 112분을 보게 된다.

스토리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닌데도, 썩 재밌다고 느끼지도 않았는데도, 계속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헐...
실화를 소재로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진정성이 강한 영화였다.

결국, 케빈은 왜 그런 걸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영화 자체가 줄기차게 보여주는 흐릿한 시야처럼 불명료하다.
영화의 주컬러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색의 사용은 뜨거움과 역겨움을 오가며,
주된 감정인 분노와 원망은 누구에게 풀어야 할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분노나 악에는 원인이 있는 걸까?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여하튼 매우 지루한데 매우 충격적인 영화. 형용하기 어려운 것이 가슴에 진하게 남는다.
내가 느낀 한핏줄 영화는 블랙스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