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진 선생.
<진-仁-> 2008년 시즌 1 (11편) / 2009년 시즌2 (11편) 완결
주연 : 오오사와 타카오, 아야세 하루카, 나카타니 미키
*이 글은 두 작품의 결말과 세계관을 온통 까발리고 있으니 주의!
2007/12/18 - [얄팍해요~문화생활] - 라이프 온 마스 Life On 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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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평의 일드 <진-仁->을 봤다. 많이들 좋아하는 드라마인데 내겐 그냥 범작이었다. 만들긴 잘 만들었고 재미도 있는데... 시즌1의 6화 부근에서 비슷한 작품의 향기를 느꼈단 말이지. 그리고 시즌1의 결말부에서 그 향기를 더 진하게 느꼈다. (고백하면, 시즌 2는 결말만 봤다.) 어디가 그렇게 비슷해 보였냐면, 일단 나레이션부터.
"내 이름은 샘 타일러. 나는 사고를 당했고 1973년에서 깨어났다.
난 미친 걸까? 혼수상태? 아니면 시간을 거슬러 온 걸까?
뭐든간에 이건 마치 다른 행성에 착륙한 것 같다.
내가 그 이유를 알아낸다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핵심만 골라낸 <라이프 온 마스>의 나레이션이다. 뭔가 비슷한 느낌.
<JIN>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자문자답 나레이션이 전부 저 4줄의 범주 안에 드는 듯한 건 나뿐이려나?
뭐, 타임슬립 소재니까 당연하다면, 스토리 전개의 유사성도 한번 보시길.
1. 현실의 연인은 죽었거나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 (자신이 막을 수 있었다고 자책한다.)
2. 그러던 중 (교통/추락) 사고로 과거로 타임슬립한다.
3. 왜 타임슬립했고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모른 채 그곳에서 지낸다. (형사와 의사라는 현실의 직업이 유지된다.)
4. 어떤 음성이 환각처럼 알쏭달쏭한 얘길 건네온다. (원래 세계와의 연관성 암시..)
5. 시즌1에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것처럼 하고 끝난다.
6. 시즌2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끝난다.
7. 과거 시대의 여인과 사내커플(;;;)을 이루게 된다.
8. 현재의 어떤 사건이 과거의 행위와 연결됨. 라온마의 경우 범죄자의 과거와 마주치고 JIN은 연인의 선조와 만난다.
등등.
다른 점은, <라이프 온 마스>가 개인적인 역사를 뒤트는 정도라면 <JIN>은 일본의 근현대사를 뒤흔든다는 것.
<라이프 온 마스>의 샘이 과거의 수사방식에 적응하는 반면 <JIN>은 현대의 의술을 전파해 추앙받는다는 것.
<JIN>은 과거로 가서 삼각관계 삘을 내고 <라이프 온 마스>는 그냥 여자 하나 만나서 러브러브인 것.
이 러브러브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둘 다 똑같다.
현대에서 닥터 진의 연인이자, 과거에선 연인의 선조인 오이란으로 나오는 나카타니 미키.
닥터 진의 조수가 되는 에도의 여인, 아야세 하루카. (캡쳐가 이것뿐이라 미안..;;;)
타임슬립의 원리 같은 세계관은 좀더 큰 차이를 보인다.
<JIN>의 경우, 연인 미키와 찍은 사진이(미래) 자꾸 변화하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게 쫌 황당하다.
시청자가 확실히 인식할만한 사건이 없는데 미래가 자꾸 변해. 처음엔 좌우가 바뀌고 병실에서 일상으로 바뀌더니 나중엔 미키가 점점 사라짐...(빽투더퓨쳐잖아!) 뒤늦게 이런 걸까 저런 걸까 설명하긴 하는데, 애매하고 일관성도 좀 없다.
더 당황스러운 건 이렇게 사진을 동원해 과거의 행위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뽐뿌질을 신나게 해놓고, 시즌2에 가서는 모른척 엎어버리는 거다. 평행우주라면서.
맨 첫회와 맨 끝회에 짧고 굵게 출연해주신 코지군.
닥터 진이 소설인 척하고 꺼낸 경험담에서 오류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주는 똑똑한
뭐 어때, 그렇다고 하자. A우주에 있던 내가 B우주의 에도시대로 갔다가 다시 C우주의 현대세계로 넘어왔다가.... 이렇게 전혀 다른 시공간을 연쇄적으로 누빈다고 치자. 그 말은 닥터 진이 에도 시대에 어떤 짓을 해도 돌아온 세계의 역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각각의 평행우주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경우의 얘긴데 일단은 그런 전제인 것 같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오잉? 어떻게 된 거야. 무한히 순환하는 구조 때문에 한바퀴를 돌아 이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나? 좋아, 그렇다고 하자. 그럼 에도시대에도 닥터 진의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진만 쏙 빠져있다. 심지어 같이 찍은 사진도 독사진으로 변했다. 헐... 백번 양보해서, 그 세계의 에도 시대에는 아직 진이 안 왔다고 친다면, 사키가 남긴 편지가 문제가 된다. 존재한 흔적도 없는 이를 향해 애틋한 편지를 남긴 건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진만 없을 뿐 진이 만든 과거와 똑같은 역사(진유도,페니실린 등)가 존재한 건 또 어떻게 설명하고...?
게다가 이 모든 건, 과거와 현재가 동일선상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듯이 설정한 시즌1의 세계관과도 충돌한다.
연인의 사진은 왜 나왔냐구... 기본 설정이 너무 조잡해...-_-;;
이에 비해 <라이프 온 마스>의 세계관은 단순하다. 처음엔 똑같이 동일선상의 시공간 이동인 척 했지만 시즌2에 가서 현대와 70년대 둘 중 하나는 가짜라고 말한다. 당연히 현대사회가 실제 세계라고 믿던 주인공은 그것이 조작된 기억일지 모른다는 혼란에 빠지고, 결국엔 어느 쪽이 리얼한 감각을 주는가로 실재 여부를 판단한다. 장자의 호접몽이나 매트릭스와 비슷한 세계관이다. 결국 샘 타일러는 꿈속에 스스로를 봉인했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망상을 떨쳐낸 셈. 깔끔한 결말이다.
이런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흡족한 것도 충돌하는 지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과거-현재, 현실-환상의 이분법에서 오는 오류는 그냥 익숙한 시간여행의 딜레마 정도로 넘길 수 있다. <JIN>도 그럴 수 있었는데, 너무 무리한 설정(태아형종양과 목소리, 내가 나를 만나는 딜레마,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설정..)을 끌어와서 자가당착에 빠진 것 같아 아쉽다. 평행우주까진 좋았는데 말야... 그냥 다른 우주의 같은 시점으로 갔다고만 하면 미래 따윈 신경 안 써도 되는 건데. 그럼 에도시대가 긴장감이 없어지고 미키를 살릴 수도 없으니 미래가 변한다는 무리수를 둔 거겠지만.
여하튼 이런 불명료한 세계관과 모양 뿐인 삼각관계가 이야기를 싱겁게 만든 듯하다.
가까운 사람과 갈등을 빚는게 재미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 드라마. 우리나라 리메이크에선 아마 사부리(키리타니 켄타 扮)를 닥터 진과 갈등관계로 키우지 않을까 싶다. 쿄타로는(코이데 케이스케 扮) 사부리보다 비중있는 조연이지만 러브라인도 안 맞고 의료행위로 부딪칠 일도 없으니 사부리밖에 없어 보인다. 재중이가 맡은 역할이 이거 아닌가 싶네.....
그나저나 송승헌에 김재중이면 일드에 비해 엄청 꽃미남화... ㅡ"ㅡ; 러브라인 강화될 수밖에 없겠구만.
재미있을까? 그건 또 다른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