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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책벌레/리뷰라 치고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

by 와옹 2011. 9. 20.


그럴 리가 있나.

저 제목은 거짓말일 거다.
꿈이 있은들 지치지 않을 리가, 않았을 리가 없다.
옥상 난간에 서고 수면제를 모았던 그 때 이미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니라고 하는 제목부터가, 이 사람은 희극인이고 싶은 거다. 이 책의 독자들이 여전히 자신을 보고 웃을 수 있도록 상당 부분을 감추고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진술(?)한다. 딱 희망을 줄 만큼의 역경만 고백한다.  

구성은 산만해서 전체 목차만 놓고 봐도 동어반복에^^; 떠오르는대로 이런 저런 옛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어 중간까지는 나도 그저 무덤덤하게 읽었다.  


그러나 달인의 개그가 은근하고 소소하듯 이 책도 그렇다. 은근하게 소소하게 쌓여간 그에 대한 정보들이 뒤로 갈 수록 힘을 발휘한다. 그런 와중에 그가 했던 개그들이 살짝 소개되면, 그야말로 빵 터진다. 마치 오디션 프로에서 참가자의 사연을 보여주고 그의 음악을 들었을 때 120% 공감하는 것처럼,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이것은 인간 김병만이 힘든 사람에게 보내는 담담한 격려다. 나 역시 힘든 마음으로 이 책을 집었고 드넓은 행간에 욕이 목구멍까지 나올 뻔했고 중간까진 그닥 재미를 못느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는 역시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미련한 거북이는 아무래도 역경 극복과 인내의 달인인 것 같다. 
덕분에 내 지친 마음도 조금 위로를 받았다.
아주 소소하고 은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