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자세히 보면... 내가 왜 이 책을 읽었는지 짐작할 듯. 훗..
하지만 '프리타 집을 사다(한국어판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는 영 안 땡긴단 말이지... 드라마는 그렇게 잘 봐놓고.
[신의 카르테]는 일본서점대상 2위였다는 말에 혹했다. 서점직원들이 추천하는 책은 극소수의 경우를 빼곤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들이라... 예상대로 읽기 무지 쉬운 소설이었다. (편집도 자간이 시원시원~)
현직(지금도 현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사가 쓴 소설이라 현장감이 넘치고
응급상황을 몰고 다니는 의사가 주인공이지만
미드 [ER] 같이 의료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일과 이후의 생활이나 그러한 의사생활 속에서 만나는 인간관계가 주된 내용.
드라마틱한 극성이 약해서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드려나...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장르 소설이 주로 소개되는 탓인지 '일본 소설'이라 하면 치밀한 구성력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시나리오처럼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 배치라던가... 의미있는 소품활용, 독특한 캐릭터, 몽환성, 또는 극사실주의...
이 소설엔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있다면 있지만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야근을 밥먹듯하는 가난한 남편을 아내는 묵묵히 받아주며, 특별한 날일 수록 일하러 가는 부부 사이에 갈등 따윈 없다. 죽음
을 앞둔 환자가 처절하게 슬퍼하는 일도, 친구와의 이별 앞에서 뜨겁게 울고불고하는 일도 없다. 매우 침착하고 정적이다.
그런데도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건, 어딘가 빈 듯한 여백 때문이다.
현실 앞에서 우리는 생각만큼 화끈하게 반응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충격 앞에서 오히려 눈물이 마르고 슬픔에 젖어있을 수록 무감각한 것처럼 우리의 삶은 생각만큼 사건과 반응으로 꽉 차있지 않다. 삶이 더 드라마틱하다고 하면서도 삶을 그대로 옮기면 시시한 것이 다 그런 이유일 거다. 우리들은 생각만큼 적절한 반응을 하며 그 모든 것이 논리적인 귀결로 이르는 그런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있지 않으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들 처럼. 이 소설의 이야기 처럼.
이 소설은 극성이 뚜렷한 순간에도 대충 넘어가고, 중요한 대화를 나누겠지 할 때도 딴소리나 하며 지나간다.
모든 극적인 상황은 그저 길고 긴 삶의 일부일 뿐이라는 듯이...
오늘 내 앞에 있는 건 한잔의 술과 따뜻한 가족의 미소, 산더미 같은 일들. 그뿐이다.
대단히 재미있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
그 빈듯한 여백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감동이 찾아오기도 한다.
따뜻한 일상 동화 같은 소설.
뜨거운 사랑보단 무덤덤한 정에 가까운 소설.
시간도 그리 많이 뺏지 않으니 읽어봐도 될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