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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책벌레/리뷰라 치고

채링크로스 84번지

by 와옹 2009. 11. 1.
한비야의 추천도서라거나 영화화되었다는 것, 중고서점 직원과 책구매자의 서신 묶음이라는 것은 그닥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서평이 너무 좋아서 갸우뚱..하며 주문해 읽었다.

나같은 느림보가 몇시간만에 독파할 정도로 (빠른 사람은 한두시간이면 볼 수 있을지도) 짧고 재미있는 책이다. 아니, 재미있다고 말해야 할까? 1940년대~1960대에 이르는 그 시절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진하게 느껴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훈훈해졌는데.

이 짧은 편지 안에 그들의 생활상이 들어있고 사건 사고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니 놀라웠다. 당시엔 타자기를 쓴다고 해도 수정이 어려워 손글씨같은 맛이 남아있었으리라. 그래서인지 한글자 한글자에 담긴 힘이 요즘과는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나는, 처음 워드로 글을 칠 때 손과 생각이 비슷하게 나아가서 글이 아닌 생각을 쏟아내는 느낌이 낯설었던 사람이니. 더구나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책에 대한 지식도-꼼꼼한 주석을 포함하여-읽는 맛을 더해준다.  

옛 시절의 정취를 넘어 따스함과 묵직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
그러나 금방 읽힐만큼 가볍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서신이 종지부를 찍을 때는 애닯은 마음이 되었고...
내게는 올해의 베스트라 해도 좋은 책.
영화도 찾아보고싶다.




원성이 자자한 한국어판 제목은 <84번가의 연인>, 1987년작.
나도 읽으면서 각색해보고 싶단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역시나 영화화.
캐스팅도 이미지가 어울려 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