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폭넓지 않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가끔 놀랄만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이들이 있다.
나에게 해를 끼쳐서라기보다, 몰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생을 사신 분들.
처음부터 그랬다면 그릇이 그 정도려니 할텐데, 한때는 누군가의 우상이었던 분들의 어그러진 인생 앞에 서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두렵다.
(총)학생회장은 기본이고 국비지원을 받을만큼 수재에 인망도 두터웠던 두 분이 있었다.
한 분은 건물 수위로 인생을 마치셨고 또 한 분은 도박에 빠졌다는 이야기.
두 분 다 가정이 행복하지 않았으며 돈도 명예도 야망도 친구도 잃었다.
그리고 두 분 다 인생을 후회한다고 느꼈다.
지난 일을 탓하고 있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실 분들이,
후회하는 인생이란 얼마나 가슴 아픈가..
사람은 변한다. 절대로 타인의 기대대로 변해주진 않지만, 살면서 변한다. 발전이나 퇴보라는 말로는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변하기도 한다.
올바른 정신과 마음을 지닌 사람이 끝까지 그러란 법은 없다.
승리자로 태어난 것 같은 사람도 부정적인 상황을 계속 만나면 패배자로 생을 마감한다.
자신감은 허영으로 변하고 야망은 후회와 미련으로 바뀐다. 자존감이 강하면 강할 수록 주위를 탓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 전교에서 가장 크기도 했던 나는 중학교 때부터 성장이 멈춰서, 어느새 내 키를 뛰어넘기 시작한 과거의 꼬맹이들과 마주칠 때가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명은, 묘한 미소와 함께 나를 살짝 내려다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 언제나 널 올려다봤는데, 이상하다."
그 아이의 묘하게 의기양양한 미소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으니까.
고등학교 때는 외삼촌께 이런 말을 들었다.
"10년 후에 발전해있는 사람이 되어라. 외삼촌이 10년만에 만난 동창 하나는, 기억도 잘 안나는 녀석이었는데 10년간 날 따라잡고 싶어서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했다는거야. 방 하나를 가득 채운 책들을 보여주면서 '너와 대화하고 싶어서 이만큼 읽었다'고 하는데, 외삼촌은 부끄러웠다."
문자 그대로, 인생의 무게가 담긴 교훈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지금 나를 높이 사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10년 후에도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싶다.
그러기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자고.
지금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10년 후에는 웃자고.
후회스러워도 후회하지 말자고.
인생을 비유하는 여러가지 말들이 있지만, 물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라톤이나 경주처럼 차곡차곡 쌓아가고 목표점에 골인하는 것보다..
싹에서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는 인생보다..
새롭게 새롭게 솟아나고 흘러가는 물처럼,
10년 후 20년 후에도 '여전히 흘러가고 있네'라는 말을 듣는 그런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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