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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일드

떼루아를 보다가 소믈리에를 떠올리다

by 와옹 2008. 12. 27.
1화 보고 어이쿠야 나가떨어졌다가 간간이 재방으로 곁눈질.
작가의 전작이 옴니버스라 그럴까. 드라마의 호흡이... 진정성이 좀 떨어진다.
한혜진의 오버 연기나 김주혁의 하는듯 마는듯한 연기 탓도 있겠지만,
대본과 연출의 밀도가 좀 떨어진달까.. 헛돌고 있는 느낌. (아니 뭐 내가 쓰면 더 잘쓴다 이런건 아니고)

오늘 [떼루아] 7,8회를 보고 어쩔 수 없이 일드 [소믈리에]를 떠올렸다.
와인을 잘 아는 무뚝뚝 남주와 와인을 싫어하다가 배우는 왈가닥 여주의 구도가 비슷.

사실 난 김주혁을 까고싶지 않다... 미중년이니깐.
그래서 한양의 오버를 깐다...(미안) 사진출처는 공홈

아래는 [소믈리에]의 남녀주인공↓↓
얼마 전 결별 기사가 난 두 분.. 이 드라마로 만나 10년을 이어왔는데.. 으음. (김주혁씨도 얼른 결혼하라구!)

[소믈리에] 역시 1회를 넘기기 어려운 작위적인 스토리와 (어차피 가벼운 일드엔 바라지 않는) 진정성의 부재로 똘똘 뭉친 삼류 드라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떼루아보다 정이 가는 건 왜일까?
아마, 진정성 따윈 애저녁에 내팽개치고 캐릭터에 주력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왈가닥 여주의 오버가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주인공.
이 정도로 황당하다면, 그가 추구하는 옹고집스런 와인의 세계가 역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드라마는 이상한 미학을 추구하는데...
이런...
(주인공도 왜 올라가는지 모르겠다는 지붕 씬. 내가 본 중에 가장 쓸데없는 -그러나- 명장면)
이런......
와인잔 속에 담긴 저녁놀 따위에서 이미,
이 드라마는 현실성이나 진정성을 떠나 '와인'이라는 이상을 추구하기로 맘 먹은 것이다. 
어머니와 헤어진 남주의 어린시절이나 에필로그의 말도 안되는 전도(?) 씬은 캐릭터를 위한 사족일 뿐, 인물의 드라마를 구축하기 위한 장치는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정말 ㅆㄹㄱ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있다. 싸구려지만 독특하다.
(그렇지만 정말 품질이 낮으니 혹해서 보고 원망하진 마시길...)
이 드라마의 호시 마모루 감독은 최근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영화 [웃음의 대학]의 감독이기도.
(간만에 웃음의 대학이나 볼까...)

[떼루아]는 분명 상대적으로 세련되었다.
피상적인 인물관계나 갑툭튀 사건들, 대형사고에 비해 마무리는 소형인 전개 등으로 공감대 형성을 못한다는 것만 빼면.
인물의 드라마에 주목하고 있으면서 왜 쿨하게 넘어가려는지! (설정 자체가 쿨하지 않아요)
거기에 와인을 엮어넣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7회였나 8회였나? 귀하디 귀한 와인을 깨버리고 위조한 여주에게 남주가 화내는데 갸웃.
와인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고 '술 갖고 장난친 것' '속인 것'만 야단치시나... 흠.
베바의 실패요인이 음악 자체에 대한 애틋함을 놓친 데 있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같은 실수를 범하는 떼루아가 안타깝다. 
캐릭터나 드라마, 아니면 와인. 셋 중 하나에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