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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한드

대왕세종 - 불안했던 대장정, 유종의 미를 거두다

by 와옹 2008. 11. 26.


대왕세종에 대한 실망감은 양녕대군의 파행이 질질 끌던 30회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40회 즈음 왕좌에 오르며 잠시 오른 기대감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세종의 행보에 KBS2로의 채널변경이라는 악수가 더해져 시청률 하강세로 접어든다.
60회 이후로도 세종의 치세나 업적은 요원한 채 신하들의 정쟁만이 이어지자, 나는 잠시 이 드라마를 포기했다.
태종조부터 무수히 등장해온 신하들이 또 무수히 입장을 바꾸며 선이 되었다 악이 되었다 복잡한 정치다툼을 이어가는데... 황희 급의 굵직한 충신만 너댓, 굵직한 (선인지 악인지 모를) 박쥐만 또 너댓 이상.
조말생이 악인이 되었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최만리까지 악역으로 변모하니 정말 딱 질리더라.
제 아무리 선도 악도 뒤섞이는 정치판이라지만,
아무리 세종대왕님이 정적도 끌어안는 정반합의 정치력을 뽐내셨다 해도, 
86부 내내 세종의 확실한 힘(업적)은 보이지 못하면서 악의 축만 너댓번이나 대를 물린 탓이다.
그러나 장영실의 파직에 즈음하여 (그 전의 천문의기 때는 별루였고) 극이 확 살아나더니 뒷심을 화려하게 발휘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1~86회는 초반부 이상의 흡인력을 보여줘서, 다시 한번 처음부터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처음에 이야기를 풀던 실력도 남다르더니 이야기를 맺는 실력은 더 훌륭하시네. 작가의 내공이란 이런거겠지.

왼쪽부터 이천과 김종서, 회색분자 조말생, 황희. 즉위식 때의 모습과 대비되며 괜히 짠했던 사람들.

그러나 이 드라마 전체의 이야기는, 훌륭한 뒷수습에도 불구하고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세종의 러브라인은 흔들거렸고, 지나친 허구는 실화의 감동을 반감시키기도 했고,
추진력보다 고뇌하고 융합하기 바쁜 군주의 모습은 유약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긴긴 여정을 달려오는 내내, 끝나면 투덜거려야지 했던 드라마.
마지막 한글창제 즈음에 보여준 세종의 리더쉽이야말로 시청자들이 바라고 기대한 것일텐데,
이런 모습이 너무 늦게 너무 짧게 나와 아쉬웠다...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지루한 중반부라도 작가의 솜씨보다는 이야기의 선택이 나빴던 거니까. 끝이 좋으니 좋은 기억만 남는구나.


신빈(이정현)의 설 곳을 잃게 했던 꽃소헌-곰지존 러브라인. 그러나, 더 살렸으면 좋았을걸..

세종대왕님의 후반 싱크로율 200%의 연기는 물론이요
꽃소헌과 문종, 수양대군의 연기 또한 딸림이 없었고
막강 아군 엄자치와 이수 윤회, 황희와 조말생, 정인지와 최만리, 김종서와 최해산 이천...등등의 매력도 뛰어났고
중후반의 장영실 또한 좋았다. 천희군의 연기는 확실히 진일보. (으아 천데렐라 이미지 좀 어케 해봐! >ㅡ<)
그 외에도 세종의 장인이라던가 초반부의 태종 양녕 원경왕후 등 왕실세력도 빼놓으면 서운할 조역들이었다.

마지막에 훈민정음이 참 예쁘게 씌여져서 좋았다. ^^

대신기전. 오른쪽은 뭔 말인지...;;;;
굴복도 그다웠던 최만리. 이분 연기 개성 넘치심.
문종과 더불어 신선했던 수양과 늙은 분장이 안스러웠던 소헌


어째 자막도 딱 들어맞는...ㅋㅋㅋ
엔딩은 이 두 분이라~ 역쉬 투탑이었던 거냣?



반복된 장소, 반복된 행위의 묘를 잘 보여준 마지막회.
어쩌면 계절까지 잘맞아 느티나무까지(맞남?) 연기를 해주나....T^T
좋은 드라마로 기억하겠숨다. 제작진 모두 수고하셨어요...!
(대왕님 케백수 대상은 엄뿔에 밀리겠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