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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해요~문화생활/한드

광복절 특집 2부작 <절정>

by 와옹 2011. 8. 15.
MBC 특집2부작 <절정> (2011.8.15)
연출 이상엽 극본 황진영
주연 김동완, 서현진, 이승효 외


채널을 돌리다가 뭔지도 모르고 봤다.
실존인물 이야기 같은데 이원록이 누구야? 하다가 수감번호를 보고 아, 이육사구나 했다.
(죽일 戮에 역사 史를 써서 이육사인 줄은 몰랐네..)
앞을 조금 놓쳤지만 2부까지 내리 본 이 드라마는..
약간 다큐스러운 면도, 그닥 이어지지 않고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이나 단체들이 뚝뚝 끊기는 어색함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작가구나' 싶은 대사들이 나와서 좀더 보자 좀더 보자 하고 보다가 막판엔 눈물을 쏟고 말았다. ㅠㅠ

연기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못 뜨고 있는) 아이돌이라면 첫 손에 꼽힐 김동완이, 이번엔 정말 제대로 터뜨려주고 말았다.
이름만 알던 서현진도 부인 역을 아주 진정성 있게 잘 표현해냈다. 폭발보다는 절제된 슬픔이 대부분인 두 인물의 내면연기가 진짜 멋졌다...! T-T

독립투사 윤세주 역의 이승효는 선덕여왕에서 화랑으로 인기를 끌었던 아이렷다!
주연 두명에 비해서는 깊이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지만 이쪽도 호연.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일제 앞잡이 경찰을 연기한 엄효섭 씨도 눈에 익은 조연으로, 악역으로만 그칠 수 있는 박이만이라는 인물에게서 가해자의 입장에 선 약자의 이면을 은근하게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항일투쟁은 분노로 하는 것이라는 윤세주의 말에
내게는 분노가 없고 슬픔만이 있다고 깨닫는 이육사나 (그에게 총보다 붓이 어울리는 이유)
일본이 없는 조선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젊은 여성에게
일본의 것을 강요당하고 부당하게 짓밟히지 않아도 되는 종로통 어린 아이들의 일상을 눈에 본듯이 읊조려주는 이육사,
너와 시는 살려주겠다던 협상 앞에서
시는 나이고, 나는 시인이라 말했던 이육사의 모습은
나약하고도 무력하고도 숭고한 지식인의 모습 그것이었다.

눈물 나는 씬은 대개 부부의 씬이었지만,
독립투사 윤세주가 죽으며 힘들 때마다 '청포도'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 장면은 이 드라마의 백미가 아닌가 한다.
마음껏 사랑을 노래하지도 못하는 당대의 시인들,
하지만 그런 시대일수록 소박한 시 한 수가 전해주는 희망과 힘이란 것은 어쩌면 더 위대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 시는 곧 시인 자신이었고, 자신이 퍼뜨린 희망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이육사는 아무도 모르게 옥에서 죽어갔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까지 이어져 여러 마음을 울렸을 거다.
나도 청포도란 시가 어릴 때부터 마냥 좋았다. 이유도 모르고 그냥 좋았다.
그런 평화가 얼마나 얻기 힘든 것인지 알게 되고나니 더 소중하고 애틋해진다.
작은 행복을 얻기 위한 투쟁.
오늘의 삶도 본질적으론 같지 않은가.

간만에 본 좋은 드라마.
제목은 좀 별로인 것 같지만;;;; 연기도 내용도 모두 좋았다.
출연진도 제작진도 모두 잘 되길, 응원하겠습니다!